당사자 중심 장애인 정책

약자복지는 '장애인 직접 지원'으로 실현

2023-02-24 11:20:48 게재

'장애인정책 종합계획' 성패는 당사자 체감 높이기에 달려 … 권익증진, 눈에 띄는 정책 없어

지난 1월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이 공개되자 장애계는 당혹과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흐지부지되고 만 제4차 종합계획과 거창한 아젠다를 끌어와 호기롭게 시행했던 문재인정부의 제5차 종합계획조차 스스로 목표치에 미달했던 떠름한 경험으로 이번 제6차 종합계획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탓인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약자복지'가 국가의 복지정책 아젠다로서 실효성을 갖추려면 제6차 종합계획의 정책 비전인 '맞춤형 지원'과 실천적 연계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장애당사자의 욕구에 따른 정책의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장애당사자 권리 중심의 정책 선진화를 위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 인프라와 대상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당사자들에 대한 촘촘하고 두터운 직접 지원을 늘려 당사자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제6차 종합계획 내용을 살펴보고 개선점 찾자는 입장에서, 구성원 모두 장애당사자로 구성된 '소수자 편향적' 장애전문 인터넷 매체인 더인디고 편집장의 글을 정리해 공유한다.


지난해는 향후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기였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연거푸 치러졌고, 8월에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국가 심의도 있었다.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발전 과정이 장애당사자들의 투쟁과 각종 선거 이후 공약 의 정책화를 통해 새로운 제도가 마련되거나 기존 제도의 인프라가 확대되는 등 진화 과정을 경험했다.

2010년 7월 시행된 장애인연금은 참여정부의 공약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 예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대표적인 제도인 활동지원제도 또한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 심의 역시 국내 정책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두 번의 기회 모두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 집권하자마자 윤석열정부는 '장애인 이동권'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와 노골적인 갈등을 빚었고, 부실한 돌봄체계는 발달장애인 가족 자살이라는 사회적 참극으로 이어졌다.

선거기간 동안 산더미처럼 쌓였던 온갖 장애인 정책들은 곧 잊혀졌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 역시 미흡했던 만큼 이제 남은 기회는 단 하나,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뿐이다.


◆'약자복지'와 '맞춤형 통합지원' 제시 = 1월 31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제6차 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제6차 계획에는 '약자복지'를 강조한 윤석열정부의 임기 동안 이행될 장애인 정책의 비전을 '맞춤형 지원으로 장애인의 평등한 삶을 실현하는 행복사회'로 삼았다. 그리고 △두터운 지원을 위한 약자복지 △전 생활영역에서 장애인 권리보장 확대 △수요자 욕구 기반한 맞춤형 통합서비스 지원을 기본방향으로 한, 9대 정책분야와 30대 추진과제로 구성되었다.

우선 복지서비스 분야의 주요 정책으로는 윤정부의 국정과제인 '장애인 개인예산제'의 단계적 도입과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눈에 띈다.

개인예산제는 윤정부의 대표적 장애인 정책인 만큼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모의적용 연구(2023년)와 시범사업(2024~2025년) 이후 2026년 본사업을 시행할 것이라는 로드맵만 제시했다.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지원은 주간보호시설 기능과 낮 활동 지원 강화를 통해 24시간 지원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비스 대상을 '최중증'으로 한정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건강 분야는 2017년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 시범사업만 거듭하던 장애인건강주치의제를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장애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돌봄로봇과 신체기능 보조 재활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또한 장애인 보조기기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감염병 대응 강화 방침도 내놨다.

장애학생의 교육 체계는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맞춤형 특수교육 강화를 위해 정다운학교 운영을 확대하고 체험형 진로와 직업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장애영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 확대와 보육교사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유보통합 논의가 한창인 상황이어서 이를 포괄한 돌봄 중심 장애영유아 어린이집 운영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대중교통 접근권, 소득보장 두드려져 = 이번 제6차 계획에는 장애인 이동권 특히 대중교통 접근권에 관한 계획이 꽤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투쟁이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된 영향이 컸다. 먼저 버스는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특별교통수단 중 하나인 장애인콜택시는 150명당 1대에서 100명당 1대로 확대된다.

임차·바우처 택시 확대와 시청각 장애당사자를 위해 버스정류장에 음향신호기가 설치된다. 다만 우리나라 장애인의 교통이동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자가 차량 개조지원은 없다고 국토교통부는 선을 그었다.

권익증진 분야는 눈에 띌 만한 정책이 없었다. 장애인학대 대응체계나 신고체계 제고는 기존에도 있었다. 정신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언론홍보와 보도 가이드라인(안) 독려가 종합정책 내용이어야 하는지 의아하다.

여성장애인 출산지원비 인상이나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등은 장애인건강권법의 제대로 된 시행만으로도 가능하다. 2020년부터 미뤄진 모자보건법 제14조 개정을 미루고 있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나무라야 할 상황이다.

가장 주목했던 계획은 경제활동 분야의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이다. 장애인연금의 물가인상률에 따른 인상과 지급 대상을 '심한 장애' 전체로 확대하고, 장애수당도 인상함으로써 전달체계가 아닌 장애당사자 직접 지원을 촘촘하고 두텁게 했다. 또한 장애인 디지털 맞춤훈련센터를 2023년까지 6개로 늘려 취업 준비 고도화를 꾀한다.

하지만 소득활동 역량 평가를 통해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은 조사결과로 되레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공적부조 대상 장애당사자를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로 내모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장애인이 호응하는 과감한 정책 추진해야 = 제6차 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이 공개된 지금도 윤정부의 장애인정책 국정철학은 여전히 모호하다.

지난해 7월 발표된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로만 가늠하자면 '생산적 맞춤복지'라는 정책기조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재원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정책 방향만 미뤄 짐작될 뿐이다.

다만 제6차 종합계획의 정책비전이 '맞춤형 지원'이고 보면 '약자복지'가 그 실천적 과제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려나 제6차 종합계획의 성패는 장애당사자의 욕구에 따른 정책의 섬세한 설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기반한 권리 중심 정책 선진화를 위한 체계 구축에 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 △인프라와 대상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 △장애당사자들에 대한 촘촘하고 두터운 직접 지원을 늘려 정책의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

장애전문 매체 '더인디고' 보도에 따르면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등 장애인단체들이 실시한 제5차 종합계획 이행 평가결과 전문가 집단(63.3점)에 비해 장애당사자의 정책 체감지수는 34.8점에 불과했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혹평을 받은 주요 원인이 장애당사자들의 낮은 정책 체감도였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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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정리 김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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