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마약확산도 '전 정부 탓'

2023-04-07 11:10:07 게재

고위관계자 "검경수사권 조정이 발단"

전문가들 "2015년 마약청정국 무너져"

정부가 마약범죄 확산을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마약근절 대책과 관련해 7일 "검경수사권 조정 자체가 문제의 발단"이라며 "마약은 어느 한 기관이 수사해서 근절되는 게 아니다. 검수완박하면서 (검사의)수사기능이 무력화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마약에 대해 지난 정부 때 잡을 의지가 있어나 싶을 정도로 무력화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마약확산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영향으로 치부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검거된 마약류 사범 수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의 수를 나타내는 '마약류범죄계수'가 '20'을 초과했다. 즉, 소위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20명을 넘으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범죄통계포털 '범죄와 형사사법 통계정보'(CCJS)에 따르면 2015년 주민등록인구수는 5152만9338명이다. 이중 1만1916명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돼 마약류범죄계수가 23을 기록했다. 2012년 18, 2013년과 2014년 각각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마약류범죄계수는 이후에도 증가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 35로 정점을 찍었다. 2021년에는 31로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마약범죄가 대표적인 암수범죄라는 점이다. 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의 28배, 쉽게 말해 30배 정도의 암수 범죄가 존재한다. 국내 마약류 사범 수는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대검찰청 마약백서에 따르면 2018년 만해도 10대 마약 사범(19세 이하)이 14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마다 증가하면서 지난해는 481명을 기록해 4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마약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접근성이 낮아지고 비대면 거래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요즘 구매자들은 다크웹이나 SNS 등으로 국내외 판매자에게 직접 주문한다. 해외에 주문한 마약은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집으로 배달된다. 결제도 추적이 쉽지 않은 가상화폐로 한다.

특히 인터넷망이 잘 갖춰지고 국제택배와 우편 등 물류시스템이 발달한 한국이 진화하는 마약범죄에 취약한 환경이다. 머지않아 늦은 밤 외진 곳이나 유흥업소 뒷방에서 은밀하게 판매자를 만나 마약을 구매하는 모습은 오래된 추리소설 또는 수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마약류 유통·투약 사범 1만2387명 중 추적이 쉽지 않은 다크웹과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 1097명이 포함됐다. 이는 2018년 85명에서 4년만에 13배나 증가한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젊은층, 특히 10대들에게까지 마약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판매자와 투약자가 은밀히 만나 마약을 주고받았다면 이제는 인터넷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손쉽게 거래하고 있다"면서 "텔레그램 같은 곳에선 '아이스' '빙두' '얼음' 등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를 활용해 광고까지 하고 전자지갑에 가상화폐를 보내면 '던지기'라고 미리 약속한 곳에 마약을 두고 찾아가는 식으로 거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인터넷 '헬퍼' 사이트에서 사람을 구해 마약을 운반시킨 사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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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이재걸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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