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학교자율과정 지원사업

지자체·대학·고교, '좋은 수업' 위해 뭉치다

2023-08-09 11:19:08 게재

구미시, '데이터로 보는 지역사회' 수업 소재 채택

대입 경쟁력·시민의식 교육·정책제안 등 효과

경북 구미시가 기획한 학교 자율과정 지원사업인 '데이터로 보는 구미시, 그 현재와 미래' 수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고교에서 진행 중인 학교 자율과정의 지원을 위해 수업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유도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구미 고교의 대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는 대입 설명회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지자체 교육 지원사업의 틀을 벗어난 시도였다.
전체 20시간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엑셀과 챗 GPT를 통한 데이터 분석 방법을 배우고 구미시의 상황을 반영한 주제를 탐구해 관련 정책까지 제안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난 3일 수업 결과물인 탐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인동고등학교 학생들은 구미시의 미세먼지에 관해 탐구했다.


학교 자율과정이란 평소 진행되는 교과 수업에서 일정 시간을 빼 학교가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방학 전 마지막 한 주의 기간을 이용하며 융합형 프로젝트 수업, 보충 수업, 동아리 활동 연계 수업, 과제 탐구 수업 등 학교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기말시험이 끝나고 평가가 끝난 시점에 수업이 내실 있게 진행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교과서를 벗어난 융합 프로젝트 수업의 콘텐츠를 교사들 스스로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고교 자율과정 운영 시기에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구미시가 주최하고 내일신문이 기획·운영하는 프로젝트였다. 수업 콘텐츠와 탐구보고서 피드백 등은 금오공과대학 산업공학부 교수들이 맡았다. 구미고, 구미산동고, 인동고, 현일고 등 구미시 관내 4개 고교에서 학교별로 2개 반 60명을 모집, 전체 240명이 참가했다. '데이터로 보는 구미시, 그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각 고교에서 수업이 진행됐다.

지역 사회 이슈, 학교로 들어오다

첫 수업은 통계 이론 및 엑셀 실습, 인공지능 기반의 챗GPT를 사용한 통계 실습으로 이뤄졌다. 기본 통계 실습이 끝나고 학교별 선택 수업인 구미시 지역 사회의 이슈와 결합한 4개 프로젝트 수업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공학 환경, 의학 보건, 사회 인문, 상경 등 4가지 주제 중 자신의 관심과 진로에 따라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해 참가했다. 회귀분석, 상관관계 분석 등 통계처리 방법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했다.

우수탐구보고서 대회에 8개팀이 참가해 연구 성과를 겨루었다. 사진 이의종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대연 현일고 3학년 부장교사는 "특히 학생들이 통계 프로그램을 배우고 실습할 때 가장 재미있어 했다"며 "기존에는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쓰는 형태가 많았는데 학습하고 실습하고 보고서를 쓰고 그 내용을 정책으로 응용, 확장하는 과정을 모두 경험한 좋은 탐구 활동이 됐다"라고 평했다.

수상 기록은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지만,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관련 내용을 기록해 학생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재학생 대다수가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만큼 대입 경쟁력도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귀분석, 챗GPT 활용한 통계분석 경험

지난 8월 3일에 있었던 우수 탐구보고서 대회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고교별로 두 팀씩 전체 8개 팀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신현종 구미시 교육청소년과 교육지원팀장의 "과제를 선정하고 지역 사회의 상황을 파악해 데이터를 분석, 답을 도출하는 유익한 과정이 되었기를 바란다"는 인사말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4가지 주제의 세부 주제인 구미시의 미세먼지와 환경문제, 건강수명 결정 요인 분석, 인구변화와 교통수요 예측, 부동산 가격변동과 사회경제 이슈 분석 중 하나를 선택해 자료를 모으고 회귀분석 등의 방법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구미시가 직면한 현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안했다.

팀별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치고 결과 발표 시간. 심사위원 점수와 동료평가인 학생 평가를 합산해 대상에 선정된 팀은 인동고 공학·환경팀이었다. 학생들은 구미시 미세먼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산업공정 과정의 배출량, 강수량, 풍속, 상대습도 등을 분석하고 연료 공정 과정에서 발생, 배출되는 미세먼지 저감기술의 의무화, 신재생 에너지 버스 전환 정책 등을 제시했다.

최우수상은 구미시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구미시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한 현일고 사회·인문팀에게 돌아갔다. 비만 해소를 위해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다는 보도에서 착안해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과 비만율, 행복지수와 관계를 검증한 구미산동고 의학·보건팀은 우수상을 차지했다.

탐구를 진행한 구미산동고 1학년 최나민 학생은 "연구 결과 아침밥을 먹어도 비만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아침밥을 먹으면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근거해 고교에 아침밥을 제공하는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차우창 금오공과대학 산업공학부 교수는 심사 총평을 통해 "엑셀을 해본 적도 없고 통계도 잘 모르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나서 자료를 통계 처리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정책을 과학적으로 제안한 것은 굉장한 성과"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나아가 이번 프로젝트처럼 인문, 자연 계열 학생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내용을 배우며 협력하고 통섭하는 과정이 자신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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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