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응방식 진화해야
장비·매뉴얼 확보 시급
지난달 3일 오전 7시 35분쯤 경기도 광주시 추자동의 한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몰던 EV6 전기차가 옹벽을 들이받았다. 사고 후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는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2시간 45분여 만에 꺼졌다. 배터리 과열로 쉽사리 불길이 잡히지 않아 이동식 소화수조를 동원해야 했다. 4월 23일 오전 1시 16분쯤에는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쉐보레 전기차에서 불이 나 2시간여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주변에 주차된 차량 2대도 함께 불탔다.
소방청은 늘어나는 전기차 화재 관련 장비 확보와 대응매뉴얼 전파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2020년 11건이던 화재가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2건 발생했다. 전체 등록차량 대비 화재발생율도 결코 낮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34만7000대로 화재발생 비율은 0.01%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2369만8000대가 등록돼 있고, 368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발생율은 0.02%다.
전기차 화재는 전용 진압장비로 열을 식히며 진화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주변 차량으로 불이 번지는 경우도 많다. 현재 전기차 화재진압을 위해 전국 소방관서가 보유하고 있는 진압장비는 질소소화덮개 이동식수조와 배터리 부분에 직접 물을 방사하는 상방방사관창, 관통형관창, 수벽형성관창 등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열을 식히는 방식의 진압장비들이다.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 증가추세에 맞춰 진압 장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오는 30일부터 사흘간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열리는 '2023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전기차 장비존을 마련해 첨단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운 유형의 화재인 만큼 대응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지난 4월 약 2년에 걸친 실증실험연구 끝에 전기차 화재 대응기법을 개발해 전국 소방관서에 배포했다. 김조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재난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대응방식과 장비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재난유형별 훈련과 맞춤형 장비확충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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