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교육부 강경대응 능사 아니다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앞두고 서울과 경기, 전북의 초등학교 교사가 잇따라 사망했다. 참담하고 원망스런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잇따른 교사 사망 소식에 주말마다 열리는 집회 참가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4일 진행되는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여 학교와 교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은 이를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참가자에게 파면과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경고장을 날려 충돌이 우려된다.
교사의 잇따른 사망은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 교육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주말마다 자발적으로 집회를 열면서 교권보호를 위한 정부와 국회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표계산 급급해 소모적인 논쟁 이어가
정부와 국회 교육청 학교가 참여해 법률과 규정, 학교 운영방식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번 사안을 놓고 표계산과 소모적인 논쟁을 이어갔다.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두고 맞설 뿐, 교사들이 요구하는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장애인특수교육법 학교폭력예방법 교원지위법 개정은 더디기만하다.
정부도 교사가 죽음을 멈추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신속하게 내놓지 못했다. 교육부가 8월 말 내놓은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은 미흡하고 단편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의 대책은 학생과 학부모 처벌 및 교사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징벌 규정 위주여서 학부모와 교사의 신뢰관계 회복은 멀기만하다. 각종 규정의 모호성은 쌍방의 권리와 책임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규칙과 조례나 지시로 획일적 행정만을 고집하는 교육청도, 문제를 회피하고 떠넘기는 교장·교감도 책임만 피하려고 할뿐 대책 마련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교육당국과 정치권은 2일 검은 옷을 입은 전·현직 교원 20만명의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참석자들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을 질타했다. 이날 교원들은 아동복지법 개정과 학생 학부모 교육당국의 의무와 책무성 강화, 즉시 분리된 학생의 교육권이 보장되는 현실적 대응방안 마련, 전국적으로 통일된 민원처리 시스템 개설, 교육과 보육의 분리, 교육 관련 법안·정책 추진 전 과정에 교사 참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교사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있다.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대응은 강경일변도이다. 교육부는 집단행동을 위한 임시휴업이나 교사 개인의 연가·병가 사용은 위법하며, 당일 복무점검을 벌여 적발 시 파면·해임도 가능하다는 엄정대응 방침을 담은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교육부의 대응은 안일하고 구태의연해 보인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현장 교사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과 공감으로 교육개혁 방안을 찾았다면 이런 대립은 없었을 것이다. 교사들의 주말집회 현장을 찾아 직접 소통했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었다. 교육부는 형식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더니 장관이 나서 교사들을 형사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교육부가 있기에 학교가 있고 교사는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발상으로는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 교사는 교육부의 정책을 실현하는 현장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정부 대책 후에도 교권침해 여전히 심각
지금 학교현장은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교장, 교사와 교사, 학부모와 학부모, 학생과 학생이 심각하게 대립·갈등하고 있다. 교육부가 교권회복 종합대책을 내놓은 뒤에도 학교에서는 담임교사에게 지적받은 학생이 학생들 앞에서 "칼부림하고 싶다"는 협박을 하고, 교사는 출근 공포와 우울감 무력감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병가와 휴직, 사직,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린다. 교육부의 강경대응은 현장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길 뿐이다.
서이초 교사는 죽음으로 교육개혁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었다. 이번 계기로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학생이 잘 배울 수 있도록 학부모는 도와주고 교육청은 교사와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낼 책임이 교육부와 정치권에 있다. 서둘러 총체적인 교육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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