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이폰 사용 통제범위 확대 … 미중 '기술 대립' 격화

2023-09-08 11:18:18 게재

정부기관에서 국영기업 및 공공기관으로 확대

미 "상황 예의주시, 당장 대화할 계획은 없다"

중국, 미국 의존 벗어나 기술 자립 의지 강해

중국이 공무원들에게 애플 아이폰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러한 통제 조치가 국영기업 등으로 확대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애플 매장 옆을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여러 공공기관에서 직원들에게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하기 시작했다면서 중국 당국이 이러한 통제를 많은 국영기업과 다른 공공기관으로 더 광범위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하루 전인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몇주 전부터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아이폰 사용금지 보도를 확인하면서 그 통제 범위가 더 늘어났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회사나 기관이 개인기기에 대한 제한을 채택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으며 아직 공식적이거나 서면으로 된 금지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어떤 곳은 애플 기기를 직장에서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고 어떤 곳은 개인적으로도 애플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어 기관마다 금지 조치를 얼마나 엄격하게 시행할지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와 같은 중국 국영기업들은 수백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중앙 계획경제의 방대한 영역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계속할 경우, 이러한 전례 없는 봉쇄 조치는 미국 소프트웨어 및 회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의 노력과 맞물리면서 민감한 환경에서 외국 기술 사용을 근절하기 위해 수년간 다져온 노력의 정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의 통제 조치는 애플 매출의 약 1/5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게다가 중국은 전 세계 아이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하다.

6일 키뱅크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브랜든 니스펠은 보고서에서 애플과 중국의 관계와 경제에 대한 중요성으로 인해 "애플은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정부의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면서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인가"라고 썼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블룸버그는 애플 본사와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와 국무원 정보판공실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중국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는 미국의 혁신에 필적할 만한 자국 기술 개발 노력이 강화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주 화웨이가 첨단 중국산 프로세서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이른 승리를 이뤘다며 자축한 반면, 한 미국 의원은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중국은 최근 몇년 동안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해오면서 민감한 기관에서는 외국산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2022년 중국은 중앙 정부기관과 국영기업에 2년 내에 외국 브랜드의 개인용 컴퓨터를 국내 컴퓨터로 교체하도록 명령했는데 이는 민감한 기관 내에서 해외 핵심 기술을 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

반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제조) 업체 SMIC는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7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동하는 도중 에어포스원에서 진행된 기내 브리핑에서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에 대한 질문에 "보도만 봤기 때문에 중국에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볼 것"이라면서 "가까운 장래에 내가 중국과 이 문제와 관련해서 대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애플은 제조 파트너이자 제품 시장으로서 중국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을 방문해 '공생' 관계라고 표현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분기 애플 실적을 올린 주요 시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실적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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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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