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정책 풍선효과'

플라스틱빨대 규제와 건강취약계층 생존권

2023-10-23 11:08:33 게재

최근 열린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탈플라스틱을 위해 무분별한 1회용 빨대 사용을 억제해야 하지만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세심한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일신문 8월 28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와 장애인 차별' 기사 참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부산해운대을)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복지부 대상 국감에서 "구부러지는 1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친환경정책은 공감하지만 이를 전면 제한할 경우 연하(삼킴)가 어려운 환자 등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름이 있어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질병과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플라스틱 빨대가 발명되기 전에는 음료수 등을 마실 때 흡인성 폐렴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 뇌병변·근육위축·다발성경화증 등 많은 장애인들이 생존에 필요한 물과 음료를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로 섭취하게 되면서 이러한 고민이 줄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금지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시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은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 움직임과 함께 질병이나 장애 등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고민도 하는 추세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올해 1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사업주에게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빨대를 포함한 각 품목의 사용금지 예외 규정도 알렸다. 호주 외에 다른 나라들도 장애나 의료적 이유 등으로 빨대 사용이 필요할 경우 해당 물품들이 대체 소재로 전환될 때까지 유예한다.

이러한 사례는 정책을 펼칠 때 하나의 목표만 보면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나라는 벨기에 대만 등과 함께 플라스틱 소비량이 상당한 국가다. 게다가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생산부터 폐기까지 8억6000만톤/년 CO₂)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환경보호는 물론 새 정책에 따른 생각하지 못한 피해가 없도록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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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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