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③ 주먹구구식 '임대형 민자사업'
"9개 교육부 민자사업, 기준 변경해 '부적격'에서 '적격'으로"
KDI 심사 '부적격' 후 계수 조정 재심 '적격' 전환
국방부 사업 2개, '부적격' 판정에도 그대로 추진
10년간 18조 사업들, 첨부서류 없어 심사 제한
국회예산정책처 "적격성 조사 기준 곳곳 문제"
민간투자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온 결과가 나온 이후 일부 계수를 조정해 '적격'으로 바뀐 교육부 사업이 9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적격' 판단된 사업을 별다른 보완조치 없이 추진한 국방부의 2개 사업도 확인됐다. 임대형 민자 사업이 애초부터 자세한 첨부서류가 제출되지 않아 국회의 실질적인 심사가 어렵고 적격성 심사에 들어가는 각종 변수의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에 포함된 교육부 사업 중 상당수는 최초 VfM(Value for Money, 민간투자 적격성) 분석 결과 민간투자 적격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됐으나 교육부는 일부 계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민간투자 적격성이 있다는 결과를 유도했다"며 "최초 분석 결과를 확인한 후 특정 계수를 조정하여 분석 결과를 변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도액안을 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한도액안에 포함된 교육부 소관 대학시설 15개 사업 중 9개 사업은 최초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센터의 VfM분석 결과에 따라 민간투자 적격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교육부의 계수 조정 변경 요청 이후 '적격성 있음'으로 변경됐다. 이 사업들은 부산대 생활관 개축, 전남대 공학융합관 개축, 전북대 공대1호관 개축, 서울과기대 스마트기술동 신축, 경상국립대 시설개선, 충남대 동물응급의료센터 신축, 서울교대 인문관 개축, 제주대 교육대학 개축, 한국교통대 등 시설개선 등이다.
◆"KDI 첫 분석땐 '부적격', 교육부 기준변경 후 '적격'" = 교육부가 재산정 요청때 '대체시설비'에 대해서만 '공사비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민간투자사업) 적용률'을 적용하고 다른 세부항목에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변경요청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분석결과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황진솔 예산분석관은 "사업조건 등 실질적인 변경이 아닌 계수 조정을 통해 변경된 검토결과를 인정한다면 주무관청이 적격성 조사 결과가 정책적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일부 계수를 조정하여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며 "교육부가 KDI 검토의견을 받은 후 추가적인 변경요청을 통해 재산정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재산정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4년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에 포함된 교육부 사업 9건의 경우 민간투자 적격성이 없다고 판단한 당초 검토결과를 존중해 그 추진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명시적 금지규정 없어도 취지 벗어나면 안돼" = 국회예산정책처는 청주 교육시설, 서화천 간부숙소 등 국방부 소관 2개 사업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보고서는 "국방부 소관 2개 사업은 VfM 분석 결과 민간투자 적격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 사업으로, 민간투자 적격성 확보를 위한 보완조치 없이 이들 사업을 한도액안에 포함하여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법령 및 관련 규정에서 민간투자사업 추진 시 적격성 조사 등 전문기관의 검토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민간투자사업 추진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사전적, 전문적으로 검토해 재정지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으로,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였을 때 법령에 명시적 금지규정이 없다고 해 검토결과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업을 한도액안에 포함하여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황 예산분석관은 "이 2개 사업에 대한 KDI 공공투자센터의 검토의견이 제시된 것은 2023년 8월로, 그 시점을 고려했을 때 국방부 차원에서 재정사업으로의 재검토 또는 정량적 VfM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검토와 방안마련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적격성 조사 결과 민간투자사업의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으므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이들 사업의 민간투자방식 추진 여부 및 한도액안의 적정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2032년까지 모두 18조1500억원이 투입되는 임대형 민자사업에 대한 국회의 심사권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임대형 민자사업의 한도액안을 국회에 제출해 의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검토에 필요한 첨부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 않아 국회 심의가 제한되고 있다"며 "임대형 민자사업 한도액안과 관련하여서는 국회 제출 서류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회의 심사·통제를 강화해 장기간에 걸친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임대형 민자사업이 적정하게 추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적격성 평가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식과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식 중 어떤 경우가 적격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할인율이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점, 다양한 만기 상품이 있는데도 국고채 5년물에 의한 자금 조달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구체적인 운영비 산정기준이 없고 성과평가에 사업시행자 추천인의 참여해 평가의 부적정성을 안고 있다는 점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주목조목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