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가계부채 줄여야 경제가 산다

2023-11-07 11:32:01 게재
미 연준은 양적긴축을 위해 국채를 공개매각 중이다. 10월 이후 미 재무부 발 국채발행도 증가세다. 과도한 발행으로 국채가격은 하락세다. 하반기 이후 단기채를 갚기 위해 장기채를 많이 발행한 탓이다. 채권의 천적인 물가도 안정세다. 미 국채의 실질수익률에는 호재다. 요즘 투자자의 관심이 미 국채 저점매수에 쏠리는 이유다.

연준 거래기록을 보면 미 국채를 사는 곳은 가계와 기금이다. 가장 큰 매입주체는 가계다. 현재 가계의 미 채권 보유 비중은 9%다. 긴축시기만 놓고 보면 가계의 구매 비중은 73%에 달할 정도다. 가계가 연준의 매도와 매수주기에 딱 맞춰서 투자한 결과다.

가계는 2021년 국채가격이 오르자 6110억달러어치 팔아서 이익을 봤고 지난 6월부터 국채가격이 떨어지자 1조7400억달러나 순매입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양적완화 때 연준의 국채 순매입 비중은 56%였다. 당시 가계의 국채 순매도 비중은 16%였다. 지난해 3월 이후 연준의 국채 순매도 비중은 18%다. 반면 가계의 순매입 비중은 73%다. 한마디로 금융기관보다 가계가 위기 대처를 잘한 결과다.

미 가계, 건전한 대차대조표 덕에 정책변화 잘 대처

금융기관 채권거래의 경우 매뉴얼을 따라가기 바쁘다. 채권을 장기 보유상품으로 분류하다 보니 투자능력이 생길 리 없다. 지난 3월 은행의 채무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형 금융기관일수록 관행거래를 많이 한다. 연방정부는 금리인상에 따른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은 모양새다. 9월 말 끝난 올 회계연도에 지급한 이자총액은 6600억달러다. 지난해의 475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미국 의회예산국 통계를 보면 올해 연방예산 적자는 1조7000억달러다. 지난해 1조3800억달러보다 3200억달러 늘어났다.

미국 가계가 연준의 정책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게 바로 건강한 대차대조표다. 코로나 기간 거액의 보조금을 받은 데다 부동산 대출금리와 물가도 가계를 도왔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부채를 확 줄인 게 유효했다. 이후 두차례의 저금리 주기에 부동산 차량 소비 대출에 대한 채무조정도 마쳤다. 통계를 보면 미국 가계의 부채율은 2008년 1월 19.1%에서 2021년 11.1%로 낮아졌다. 기준금리가 5.5%로 올라가면서 30년 장기담보대출 금리를 8%로 끌어올린 위기상황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현재 미국 가계 중 대출금리 5% 이하 대상자는 90%다. 3% 이하 비중도 30%다. 가계의 이자지급액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잠재금리를 밑도는 수준이다. 연방정부의 대학생 대출이자 면제 정책도 가계 부담을 줄여준 요인이다.

최근 미 경제의 강세도 가계와 기업의 대차대조표 개선에 의한 것이다. 강한 소비가 기업의 일자리를 늘리고 이게 임금을 올리며 물가를 압박하는 진원지가 됐다. 가계의 약진은 미국의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일조했다. 정부와 중앙은행 시장은 '리스크 헤징' 관계이기 때문이다. 통화나 재정정책도 알고 보면 일종의 헤징상품이다. 위기 때 정부와 중앙은행은 확장성 정책을 편다. 가계의 입장에서는 대차대조표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다. 미 연준의 양적완화가 주식 채권 부동산상승을 이끌며 가계와 기업 정부의 자산가격을 지켜준 셈이다.

자산증가는 국가 전체의 대차대조표를 개선한다. 정부의 확장재정이 총수요를 늘리는 구조다. 과거와 다른 점은 재정을 시장에 직접 투입한 점이다. 연방정부가 뿌린 재정은 2조달러다. 그것도 직접 가계에 주는 방식을 통해 자산을 늘려주었다. 이게 간접적으로 기업경기를 살린 것이다. 미 정부가 기업을 도와준 방식은 감세다. 미국의 인당 실제 유효세율을 보면 1~9월 평균 12.1%다. 작년 동기보다 2.3%p 줄었다. 물가하락과 함께 세금도 가계를 도와준 요인이다. 미국의 가계 자산구조를 보면 부동산 28%, 주식 17%, 펀드 6%, 연금 17%다.

현금과 감세로 총수요 끌어올린 미국 모델 타산지석 삼을 만

아무튼 현금과 감세로 총수요를 끌어올린 위기극복 모델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다. 시장을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이론으로 따지면 케인스와 프리드먼을 합친 격이다.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통화흐름을 줄일 수도 있다는 버냉키의 가속기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부투자는 세금만 늘리고 부패와 효율 저하, 그리고 빈부격차를 가져온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다. 특히 가계부채를 줄여야 경제가 살아난다. 가계가 소비여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