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⑦ 대통령실 '깜깜이' 예산

행사대행 위탁 예산 96% 증액 … "법인 영업 비밀" 핑계로 비공개

2023-11-16 12:05:12 게재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일반용역비' 만들어

대통령실 "동선 노출, 경호 문제로 비공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주제·내용 모두 비공개

"'평가 후 반영' 예산편성 지침도 적용 안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이 주관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도 관련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예산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올해 처음으로 생겼고 내년엔 100% 가까운 증액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또 연구용역과 관련한 보고서 내용이나 주제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심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산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16일 국회 운영위의 2024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은 내년 일반용역비 사업으로 17억 5200만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신설한 예산액 8억9400만원보다 95.9% 증가한 규모다. 대통령실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업무지원비를 정상화하기 위한 소요를 예산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일반용역비로 일부 증액 요구했다"고 했다.

일반용역비는 대통령실이 주관하거나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민간 등 외부 참석자 규모가 20명 이상의 행사를 열기 위해 전문업체에 관련 준비와 진행을 의뢰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비목이다.

올해 예산안에 신규 편성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지난해에 "공식회의 등 외부행사 소요를 일반용역비로 비목을 전환해 요구한 것"이라며 "부처나 유관기관에서 공동행사때 대통령실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극히 일부인 소액 정도만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예산편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 3의 기관인 행사대행 전문업체를 통해 집행해 행사의 질과 예산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도 했다.

◆운영위 "수의계약 등 예산 집행 불투명성 우려" = 지난해에도 운영위는 2023년 예산안 예비검토보고서를 통해 "부처·유관기관과의 공동행사때 대통령실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소액이거나 행사 계약을 급박하게 추진하는 경우 등에는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조달청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계약과정을 공개하거나 보안상의 이유로 사전공개가 어려운 경우 계약 내용 등을 사후에 대외 공개하는 등 당초 예산편성 취지와 같이 그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에도 운영위는 "일반용역비의 집행이 예산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계약과정과 결과 등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실은 대부분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일반용역비 집행 내역에 관한 공개에 대해 "그 정보가 법인, 단체,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거나 주요 동선의 노출로 인한 경호상, 안전상의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며 "내부통제 차원에서 사업 담당부서, 총무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및 법률비서관실 등이 공동 참여하는 '계약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계약방법과 업체 선정 과정의 적정성 등을 객관적,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영위 검토보고서는 "예산집행의 투명성은 집행기관 자체적인 내부통제와 더불어 적정 수준의 정보공개를 통한 책임성, 신뢰성 확보가 뒷받침될 때 보다 제고될 수 있다"며 "대통령실은 일반용역비 증액을 통해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라는 당초 취지에 보다 부합될 수 있도록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결위 "정책연구용역 등록·공개 안 해 중복 검색 불가능" =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대통령실의 정책 연구비 사용의 불투명성도 지적했다. 예결위 검토보고서는 "정책 연구비가 행정안전부의 정책연구관리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중복 여부 검색이나 타 기관의 활용 등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적절성 여부에 대한 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필요최소한으로 편성하고 보충적으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는 2022년 예산 결산안에 대한 심사과정에서도 "정책연구 용역 목록 등의 공개방안을 강구하고 비공개 대상을 제외한 정책연구용역을 등록, 공개"하도록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정책연구비는 필요최소한으로 편성되고 행정 각 부처의 정책연구로 추진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수용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정책연구비는 2019~2021년까지는 2억~3억원씩 편성됐고 2022년에는 추경을 통해 4억7300만원을 추가로 올려 5억원으로 늘려놨다. 전년대비 150%가 증가한 규모다. 올해도 5억원을 배정했고 내년에도 같은 규모로 편성해 국회로 보냈다. 불용액은 2019년 1억2600만원, 2020년 1100만원, 2021년 1억7600만원, 2022년 4000만원이었으며 집행률은 58.0%, 94.5%, 12%, 86.6%를 기록했다. 올해는 7월말현재 5억원 중 8.8%인 4400만원만 집행했다.

◆예결위 "정책연구비 높은 유지, 이례적인 상황" = 대통령실은 연구용역비 증액에 대해 "2022년은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국정과제 수립 등을 위한 정책연구의 필요성"이라는 명목을 제시했고 올해 예산에 대해서는 "각 부처의 정책 조율 및 국정과제 추진과 관련된 정책연구의 추진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2022년과 2023년이 예외적인 정책연구비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연례적으로 필요한 수준만큼 편성한 것으로 전환됐다"며 "대통령실에서 정책연구비를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정책연구와 추진이 행정 각 부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정책연구비 예산편성을 적절성과 관련해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행안부가 통보한 정책연구용역의 점검 및 평가결과를 다음해 예산편성을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투명성과 활용성 제고방안에 대한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편성과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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