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먹통 사태 놓고 정치권 공방

2023-11-20 11:17:32 게재

국민의힘 "매우 송구" 민주 "습관성 먹통"

대통령 책임론엔 선 긋기 … 행안위, 긴급보고

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를 놓고 정치권도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사과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못박았고, 여당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윗선 책임론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부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은 후 현안 질의에 나설 예정이다.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와 56시간 만의 복구를 놓고 정치권은 공방을 이어나갔다. 민주당은 이번 먹통 사태 이전에도 각종 오류가 이어졌던 사태를 예로 들며 '습관성 먹통'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정부에서 없던 상황"이라면서 "윤석열정부의 불통 먹통 마비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태"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1년째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버벅'거리고, 지난 3월엔 법원 전산망이 불통이었고, 6월엔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에 오류가 났다"며 "이 정도면 '습관성 행정망 먹통'으로, 윤석열 정부의 고질병 수준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는 24시간 만에 뒷북 사과 한마디로 끝이고, '디지털 정부'를 홍보한다며 해외에 갔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산망 마비로 부랴부랴 조기 귀국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많은 국민께서 불편·혼란을 겪으신 데 대해서 송구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은 또 "지난 카카오 먹통 대란 당시, 윤 대통령은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카카오는 총 5000억 원대 보상안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입은 피해를 얼마나,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며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머리를 바짝 숙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많은 국민들께서 불편과 혼란을 겪으신 데 대해 집권 여당으로서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신속한 시스템 복구를 위해 총력을 다하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선임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장애 대응체계와 서버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없었는지 면밀히 살피고 더 탄탄한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시스템의 완전 정상화를 위한 관계 당국의 신속한 조치와 함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로 책임론이 튀는 데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는데 그 자체가 정략적인 발상"이라면서 "일단 사태의 원인을 찾아내서 재발방지책을 찾아내는 데 여야가 머리를 모으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부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는 한편 현안질의를 통해 정부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20일 행안위에 따르면 여야 간사는 23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주요 법안을 의결한뒤 전산망 마비와 관련해 현안 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을 위해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조기 귀국한 만큼 출석 가능성도 있다. 현안질의에 앞서 20일에는 행안부로부터 이번 사태에 대한 비공개 보고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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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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