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 ⑨ 쪼그라든 '청소년 예산'

기초생계 지원받는 청소년 4%뿐 … 내년 예산 173억원 삭감

2023-11-23 10:59:44 게재

학교 다니면 지원 대상서 제외 … 영유아·청년 사이 '사각지대'

국회입법조사처, '청소년수당과 자동 지원연계' 호주 사례 소개

"청소년 성장력, 사회적 역량 좌우 … 인구 경쟁력 중요성 간과"

취약한 청소년에 대한 지원정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저출산 예산은 영유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청년예산은 만 19세 이상의 대학생들부터 35세 또는 39세까지 지원되는데 16~24세까지의 청소년 예산은 줄어드는 데다 제한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영유아-청년으로 이어지는 중간 다리가 끊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산시키려는 정부 정책과 달리 정책효과가 크게 반감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내년 예산에서 전체 삭감한 청소년 사업의 예산만 17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인구절벽 대응으로서의 청소년수당 논의' 보고서를 통해 "2023년 8월 기준으로 16~24세까지 청소년 인구가 468만4763명인데 이중에서 기초생계 급여를 받는 청소년수는 19만8887명으로 4.2%에 그쳤다"고 했다. 청소년 빈곤율 지표는 정부가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으로 한부모 가정 빈곤율은 47.7%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9%보다 15.8%p 높았다. 정부로부터 일정 수준의 소득을 지원받고 있는 호주의 경우엔 2019~2020까지 청소년 빈곤율이 14%, 빈곤 청소년 수는 41만 9000명이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매우 적은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조사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청소년 관련 사업의 예산이 173억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빈곤, 학업·정신건강에 악영향 = 보고서는 청소년 예산의 삭감 등 지원 부족에 대해 "청소년 예산 삭감은 청소년의 적극적 사회참여와 활동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청소년의 잠재력과 역량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의 예산 삭감 결정은 저출산 인구절벽의 깊은 난제에 빠져 있는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장력이 미래의 사회적 역량을 좌우하고 이는 인구증가와 인구 경쟁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기의 빈곤의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상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짚어냈다. 보고서는 "빈곤의 누적효과는 낮은 학업성취와 문제행동의 증가로 이어져 범죄행위에 연루될 우려도 높다. 청소년기의 빈곤 경험이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이 지속된다"고 했다.

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 | 서울피플퍼스트 등 단체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 폐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400명 해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우리나라의 '청소년수당'인 바우처 사업, 지원액 너무 적어 = 이 보고서는 영유아와 청년 사이에 낀 '청소년층'이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꼬집었다. 청소년 지원 사업으로 지목된 △청소년 꿈키움 바우처 사업 △학교 밖 청소년 수당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사업 △주거급여 분리지급 사업 △구직촉진수당 등의 지원 기준이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허민숙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위기청소년 특별지원 등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수급 조건이 매우 제한적이고 1년 이내, 생애 1회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며 "구직촉진수당 월 50만원은 구직청년의 생계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6개월의 단기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학업중이라면 지원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소년 꿈키움 바우처 지원사업은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가장 유사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급액이 많지 않아 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의 생계 곤란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호주의 '청소년 수당'을 보면 = 호주의 '청소년 수당'을 소개하며 우리나라 제도의 한계를 강조했다. 허 조사관은 "호주는 청소년 수당을 지급받는 청소년에게 별도 신청 없이도 자동적으로 여러 지원이 동시에 이뤄진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법령에 의해 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 저출산 극복 기조는 출산 독려나 초기 양육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보호자로부터 필요한 지원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는 청소년의 자립가능성을 확대하고 자립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절벽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주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24년 예산안, 이것이 문제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