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조폭, 경제범죄로 중심 이동

2023-12-20 11:19:48 게재

주식리딩방·전세사기·사채까지

계파 초월 등 활동 양상도 변화

경찰에 검거되는 10~30대 조폭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조직범죄 유형도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폭력행사, 서민상대 갈취 등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이들은 온라인 도박 등 사행성 불법영업, 고금리 불법사채, 가상화폐·주식 추천 리딩방, 보이스피싱·전세 사기 등 경제적 이득을 올릴 수 있는 모든 집단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경찰의 하반기 집중단속에서 적발된 조직범죄 유형은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가 520명(44.0%)으로 가장 많았다. 또 폭력·갈취 등 서민 대상 불법행위 310명(26.1%), 폭력조직 가입·활동 254명(21.5%), 기타 범죄 99명(8.4%)이 검거됐다. 10~30대만으로 분류해도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가 396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력조직 가입·활동 246명(27.7%), 폭력·갈취 등 서민 대상 불법행위 189명(21.3%), 기타 범죄 56명(6.3%) 순이었다.

범죄 세부 유형은 도박사이트 운영 등 262명(22.1%), 폭력범죄 257명(21.7%), 폭력조직 가입·활동 254명(21.5%), 지능범죄 146명(12.4%), 대포물건 79명(6.7%), 갈취 36명(3.0%), 사채업 33명(2.8%) 순으로 적발됐다.

실제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폭력행위처벌법상(폭처법) 공동감금 등 혐의로 A씨 등 서울 서남부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MZ 조폭 4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경영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피해자에게 300만~500만원씩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30% 이자를 붙여 상환하게 하는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1500%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에게 23회에 걸쳐 총 5000여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네 여자친구를 섬에 팔아버리겠다" "나는 감옥에 가봤자 금방 나온다"고 협박했다. 실제 이들은 피해자 여자친구 집을 알아낸 뒤 잠복하기도 했고, 집을 나서는 피해자를 감금하기도 했다. 피해자 부모 집을 찾아가 수차례 위협하기도 했다. 계속된 협박으로 공포에 떨던 피해자는 한강에서 극단적 선택했다 구조됐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B씨 등 20명을 검거해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유령 법인 명의로 만든 대포 통장 70여개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피해금 46억원을 입금받은 뒤 여러 차례 계좌 이체를 거쳐 인출한 혐의를 받는다. 전북 군산시와 익산시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 중인 이들은 피해금의 2%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그런가하면 청년 전세자금 대출의 허점을 노려 수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린 폭력조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사기 혐의로 전주 지역 20대 폭력조직원 C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폭력조직원 1명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혐의자가 10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전주의 임대인들과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월세보증금 수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전현직 조폭 신분으로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든 뒤 건설현장에서 금품을 갈취해 온 17개파 2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폭력조직과 유사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점 등을 고려해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도 조직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청사에서 '전국 조직범죄 전담검사 워크숍'을 열었다.

일선 검찰청 조직범죄 전담검사 등 60여명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조직적·계획적으로 서민 재산을 강탈하는 '작업사기'는 반드시 획기적인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해 '범죄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조폭간 계파를 초월한 회합 등 기존과 다른 양상의 활동이 감지되고 있어 대응 방안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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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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