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아량도, 패자의 승복도 없었다 … 2년째 계속된 대선
윤석열-이재명, 대선 이후 2년 흘렀지만 여전히 '전쟁'
여권, 특검 공세에 곤혹 … 야권, 1년 내내 수사 시달려
골든타임 날리고, 2선 후퇴 압박 받고 … "모두가 패자"
지난해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윤 후보가 0.7%p 차 신승을 거뒀다. 대선이 끝나고 2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껏 여야는 대선의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윤석열정부 2년차인 2023년 한 해 내내 여야는 대선 때처럼 싸웠다. 승자(윤 대통령)는 아량 대신 패자(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키웠고, 패자는 승복 대신 승자를 특검 수사 대상으로 내몰았다.
정치권에서는 2년째 끝나지 않은 대선의 결과는 "승자 없는 모두의 패배"라고 비판한다. 윤 대통령은 임기 2년차란 골든타임을 별다른 국정성과 없이 허비했다.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2선 후퇴를 요구받는 신세가 됐다.
2023년을 사흘 남겨둔 29일 올한해 정치권을 돌아보면 야권은 1년 내내 검찰에 불려다니며 수사 받느라 의정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웠고, 여권은 야권의 정치공세에 시달리느라 정상적 국정운영을 할 정신이 없었다.
이 대표는 △성남 FC 의혹 △위례·대장동 의혹 △백현동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 손꼽기 힘들만큼 많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툭하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두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송영길 전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사법처리의 공포에 떨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8일 구속됐다. 대선 승자인 윤 대통령은 패자를 향해 '승자의 아량'을 베푸는 대신 친정인 검찰을 앞세워 '멸족'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거대 야권은 탄핵과 특검, 입법, 정치공세를 총동원해 여권의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은 연초부터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대장동·김건희 특검법'에 시동을 걸더니, 28일 마침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2월에는 윤 대통령 최측근인 이상민 행안장관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여권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 3법을 통과시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란 정치적 부담을 안겼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 △채 상병 순직 수사 의혹 △홍범도 흉상 이전 등을 앞세운 공세로 여권을 흔들었다. 대선 패자인 야권은 승자를 향해 '승복의 미덕' 대신 탄핵이나 임기단축 같은 '저주'를 퍼붓는 모습이다.
여야가 2023년 내내 대선과 다름 없는 치열한 격전을 벌인 결과, 승자는 없이 모두가 패자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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