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여권 … 경제·안보위기에 '권력다툼'

2024-01-23 10:53:51 게재

윤석열-한동훈 '사퇴-사과' 폭탄 던지며 국정 혼란 가중

이재명 "민생부터" 안철수 "나라 위한 문제 놓고 싸워야"

새해 들어 국내외 경제에 경고음이 잇따르고, 북한이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국정을 책임진 여권 투톱(대통령·여당 비대위원장)이 '권력투쟁'으로 혼란을 부추기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에 벌어진 때아닌 '권력투쟁'을 지켜보는 국민은 "이들이 국정을 책임진 집권세력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23일 여권 취재를 종합해보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한동훈 사퇴'를 놓고 1차 충돌한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과해야"(17일)→한 위원장 "국민이 걱정할 부분 있다"(18일)→한 위원장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9일)→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한 위원장에게 사퇴 요구(21일)→한 위원장, 사퇴 거절(22일)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투톱은 대통령과 여당 비대위원장의 '6일 전쟁'이란 사상초유의 혼란을 자초했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사과'라는 폭탄을 먼저 던져 대통령실을 자극했고, 대통령실은 '사퇴 요구'란 더 강력한 폭탄으로 응수한 것이다.

양측은 폭탄을 주고받으며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뒤 뒷수습은 미적거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사퇴 요구를 거절했음에도, 이를 다시 관철시키거나 또는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 위원장의 후속 조치를 더 지켜본 뒤 대응한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한 위원장은 여론 눈치를 보며 던졌던 '김 여사 사과' 카드를 마무리 짓지 않고 있다. 한 위원장은 22일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말했을 뿐 '국민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매듭 지을지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경제·안보 위기로 국민의 불안감이 극대화된 새해 벽두 정국에 폭탄을 던진 것으로 부족해 마무리는 나몰라라하면서 혼란을 장기화한다는 비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정말 정부·여당에 미안한 말씀이나 한심하다"며 "정부·여당은 '윤심(윤석열 마음)' '한심(한동훈 마음)' 이렇게 나눠 싸울 게 아니라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생을 책임진 여권이 야당으로부터 "민생부터 챙겨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듣게 된 것.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비대위원장 진퇴 놓고 싸우는 게, 정말 이건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나라를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들, 특히 정부·여당은 야당과 달리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책임 있는 세력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 집중해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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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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