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피하자' 한동훈 지켜보는 대통령실

2024-01-23 11:02:47 게재

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후배" 전언

일각선 "시스템 공천, 김경율 조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면충돌한 대통령실이 확전을 피하며 관망태세에 들어갔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공멸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해 일말의 '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한 위원장의 '전향적 반응'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한 위원장의 반응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갈등 봉합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 같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파국을 막아야 하는데 한 위원장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며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과 접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봤다.

앞서 22일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전날 있었던 '3인 회동(한동훈-이관섭-윤재옥)'에서 사퇴를 요구받았고,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하자 대응책 모색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까지 평소 직접 챙겨오던 '민생토론회' 일정에 불참하면서 당혹감이 노출되기도 했다.

갈등 봉합 시도의 신호는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한 말들이 전언 형태로 보도되면서 포착됐다.

전언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가장 아끼던 사람에게 바보같이 뒤통수를 맞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사람을 너무 의심하지 않고 썼던 나의 잘못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장에 대한 자신의 '신뢰철회' 보도와 관련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후배였는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선을 그었겠는가"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 관계회복의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으로 한 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해 서울 마포을 공천의지를 표한 것과 관련해 "낙찰자를 정해놓고 입찰하는 게 부정 입찰"이라며 "대통령을 뒷배 삼아 줄 세우기 사천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간접적인 경로로 파국을 피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한 만큼 이제는 공이 한 위원장에게 넘어갔다는 시각이다.

'여사 리스크' 논란과 '공천' 논란의 교차점에 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핵심이라는 인식도 읽힌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는 간접적으로 진심을 보인 만큼 이제는 한 위원장이 화답을 할 차례인 것 같다"며 "'시스템 공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거나 논란을 일으킨 인사에 대한 조치가 따라야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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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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