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인데 … '불법 시비' 자주 휘말리는 윤 대통령

2024-01-23 11:02:47 게재

박근혜 공천개입 기소했던 윤 대통령, '당무 개입' 논란 잦아

여당 대표 축출과 선출에 개입 의혹 … 한동훈에 '사퇴' 압박

공천에 '입김' 의심도 … 민주당 "대통령의 당무개입은 불법"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권력과 대기업 수사를 주로 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파헤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권력핵심부의 '생리'를 잘 알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빈번하게 '불법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한동훈 사퇴 요구' 논란을 놓고 야당에서는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생활규제 개혁 민생토론회 불참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제가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가 '팩트'였음을 확인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실의 요구가 '위법 요소'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정치 중립 위반은 물론 형사처벌도 될 수 있는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것. 조 국 전 법무장관은 SNS를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당무 개입으로 처벌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전에도 '당무 개입'으로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를 통해 당에서 축출했다. '윤심'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전당대회에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친윤의원들이 앞장서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를 막았고, 대통령실이 나서서 출마한 안철수 의원을 공격했다. 윤 대통령이 미는 것으로 알려진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룰을 고쳤다. 그렇게 당선된 김기현 대표 역시 '윤심'에 떠밀려 대표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윤심'은 김 대표의 후임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낙점해놓고, 한 달도 안돼 한 위원장에게 '사표'를 종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여당 공천에도 '입김'을 미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면했다. 여당에게 '김태우 공천'을 사실상 '지시'한 것으로 읽혔다. 그렇게 공천 받은 김 전 구청장은 참패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6.1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공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전언이 잇따랐다. 윤 대통령은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자, 자신의 측근인 김은혜 전 의원을 내보냈다. 인수위 소속 인사들이 김은혜캠프에 다수 파견됐다. 경선에서 패한 유 전 의원은 "윤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구청장 경선을 앞둔 예비후보와 기념사진을 찍어 경선 경쟁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윤 당선인이) 특정인사를 거론하면서 구청장 후보로 어떠냐고 물어와 답변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불법 시비'는 알아서 원천차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불법 시비'가 제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딱히 경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여권 인사는 "오히려 검사 출신이라 자신이 불법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들과 통화하고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것도 나중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무책임 여권 … 경제·안보위기에 '권력다툼'
'파국 피하자' 한동훈 지켜보는 대통령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