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물다양성-기후변화, 물질순환 관점으로"

2024-01-29 10:52:41 게재

탄소 및 에너지 흐름과 연관

계획은 그만, 행동에 나서야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는 함께 가져가야 할 주제죠. 문제는 기후변화로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는 건 분명한데, 정확히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되는 게 별로 없어요. 다행히 최근 생물다양성 이슈와 기후변화를 함께 고민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죠."

25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만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동물행동학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자인 그는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지냈다. 과학자이지만 그의 관심사는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생물학자, 통섭교수, 인기 유튜버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호칭도 그만큼 다양하다.

"2018년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 행사에 강연자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질문을 했죠. 기후문제를 연구해 온 사람들이 의외로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기후변화로 산호초의 70%가 훼손됐다고 얘기를 하는데도 말이죠. 기후변화를 대기 등 한 영역만의 문제로 국한하면 해결할 수 없어요. 결국 물질순환과도 연관이 된 문제잖아요."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흐름과 탄소 등 물질순환을 통해 생물적 요인과 비생물적 요인이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한 영역에 변화가 일어나면 도미노처럼 다른 곳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생물들의 활동이 탄소 등 생지화학적순환(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시공간적인 이동 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화로운 삶'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은 반드시 필요하죠.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실천의 중요성은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도 강조한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 자율적 이행에 의존하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이행 과정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생물다양성 평가 방식은 여러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떤 평가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동일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큰 폭으로 차이가 난다. <내일신문 1월 22일 환경면 '세계경제와 생물다양성' 기획 참조>

CBD 의장을 지내기도 한 최 교수는 "당연한 결과"라며 "자연과학의 특성을 잘 모르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간이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있는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하면 당연히 데이터가 깔끔히 나와요. 하지만 생태는 달라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박새만 약 100년 정도 연구를 해오고 있죠.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연구하는데, 당연하지 않겠어요? 인간은 이를 좁히기 위해 계속 노력할 뿐이죠. 그렇다고 과학이 아니라고 폄훼한다? 글쎄요."

최 교수는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발원해 사람에게 전파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심화하면 박쥐는 끊임없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때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기보다는 생태백신 행동백신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생태백신은 자연계에서 나쁜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않도록 자연 단계에서 문제가 없도록 만들자는 얘기다.

"CBD 의장 시절 국제 회의를 주재하면서 창피를 당한 적이 있어요. 한국은 해당 내용을 준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장이 그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더군요. 그래서 그 조항에 대한 논의를 할 때는 다른 사람이 의장 역할을 했죠. 어찌나 창피하던지…. 번지르르하게 정책을 발표하기보다는 실천이 중요해요. 자연의 회복 속도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죠. 함께 행동에 옮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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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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