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생활밀착형 ‘친화도시’를 기대한다
“아이들과 외출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장애인이 왜 밖에 나오냐’예요. 단체로 외출하기는 더더욱 힘들고 비장애아와 함께 공간을 이용할라치면 민원이 빗발쳐요.”
지난 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눈썰매장에서 만난 한 장애인 보호자는 “행복하다”면서도 못내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원구가 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관계 기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그들만의 눈썰매장’을 하루 개장한 참이었다. 눈썰매장 전체 운영기간이 한달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많이 짧은 하루였지만 모두가 마음껏 즐겼다. 눈썰매를 타지 못해도, 쌓인 눈을 바라보기만 하면서도 함박웃음을 짓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대다수 축제나 문화행사에는 장벽이 여전하다.
“왜 밖에 나오느냐”는 힐난은 장애인에만 한한 게 아니다. 요즘은 소위 ‘여성 상위시대’가 됐다고 투덜거리는 남성이 다수지만 운전대를 잡았던 여성이라면 “집에서 밥이나 하지”라는 언어폭력을 심심찮게 경험했을 게다. 일부 지자체에서 ‘하이힐이 빠지지 않는 보도’를 대표 여성정책으로 내세우던 ‘웃픈’ 장면도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영·유아를 동반하고 집 밖을 나선 보호자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이 향한다. 다중이용시설에서 보호자가 아예 아이를 내팽개치다시피 해서 눈총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약간의 불편도 감수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 역시 팽배하다. 성동구의 ‘아이사랑 맛집·카페’에서 만난 한 엄마는 “영아 시기에는 함께 외출할 엄두를 못 냈다”고 털어 놓았다. 저출생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출산이 곧 애국이라고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지만 현실은 이렇다.
노원구에 따르면 장애인 복지정책으로 직접 수혜를 보는 당사자와 가족이 전체 인구의 13%에 달한다고 한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수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여성으로 치면 2명 중 1명, 영유아는 모두가 지나쳐온 과거이니 정책 영향력은 전 세대·국민에게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장애인부모회 관계자는 “공중화장실에 성인 중증장애인을 위한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면 영아기를 지난 아이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치매환자가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각종 ‘친화도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목표로 ‘장애인 친화도시’ ‘여성 친화도시’ ‘아동 친화도시’ 등을 지정해 운영한다. 매년 사업성과를 분석하고 재지정을 위해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기도 하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가 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라는 말은 헛구호가 아니다. 상대적 약자가 생활에서 체감하는 정책과 사업을 펼치는 진정한 친화도시를 기대한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