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사실 또는 오해
빨강·파랑 선명해지고…지역구 여성 당선 최다
여당 ‘수도권’ 벽 못넘고 ‘영남’에 갇힌 형국
사전투표↑진보유리? … 38%가 60대 이상
4.10 제22대 총선이 다양한 기록을 남기며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4년 전 총선에 이어 승리했다. 수도권·충청·호남(제주)에서 압승을 거둔 결과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탈환에 실패하면서 강원·영남의 우세를 유지하는데 그쳤다. 진보-보수당을 상징하는 파랑-빨강의 대비가 동서로 선명하다.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사실과 오해를 정리했다.
◆민주당=호남당, 국민의힘=영남당? =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300석 가운데 민주당은 175석을, 국민의힘은 108석을 확보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의석으로만 12석을 확보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무소속 지역구 당선인은 없다. 민주당은 호남·제주 31석을 싹쓸이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48석)에서 37석, 경기(60석) 53석, 인천(14석) 12석 등 수도권 122석 가운데 102석을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 11석, 경기 6석, 인천 2석에 만족했다. 충청권도 민주당 우세로 정리됐다. 대전 7석 충남 8석, 충북 5석 등 세종을 포함한 충청권 28석 가운데 22권을 범야권이 가져갔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도 충청권에서 20석을 차지했다. 수도권과 중원을 내준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25석 전부와 부산울산경남(40석)에서 34석을 확보하며 우위를 지켰다. 강원(8석)에서도 6석을 지켰다.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161석) 가운데 호남 비중이 17%인데 반해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90석)의 영남비중은 65.5%에 달한다. 실제 민주당은 지도부 구성에서 소외된 곳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데 호남 의원이 포함되기도 한다. ‘보수 영남당’은 국민의힘의 상징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딜레마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은 ‘수도권 패배→영남의원 비중 상승→당의 보수화·영남화→수도권 민심과 괴리→수도권 연패’라는 ‘영남당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는 평가다. 지도부 구성이 영남에 편중되고, 주요 판단 근거가 영남표심에 맞춰지면서 수도권과 중원을 겨냥한 변화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서 지역구도 첨예? = 호남 지역구를 민주당이 싹쓸이 하고 영남을 국민의힘이 차지한 것은 맞다. 호남 전 지역구에 출마자를 낸 국민의힘에선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반대로 민주당(범야당)은 21대 총선에서 부산 3석, 경남 3석, 울산 1석의 당선자를 냈는데 이번 선거에선 부산에서 1석, 경남 3석, 울산 1석을 확보했다. ‘개헌저지선을 지켜달라’는 여권의 호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혁신당의 정권심판론 공세 등이 겹치면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 결과로만 보면 18대 총선에서 1석에 머물렀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경남에서도 양산을을 내주는 등 총선기간 기대감을 키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구청장 출신이 출마한 지역에서 득표율 40% 이상을 보였고, 경남에서도 1% 이내에서 접전을 벌였고, 경남 창원성산에서 야당 분열에도 당선자를 냈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선 5% 이내에서 접전을 벌인 곳에서 막판에 민주당을 선택한 반면, 영남에선 국민의힘을 선택한 결과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제주에서 17대 총선 이후 ‘보수당 의원 0석’을 이어간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4.3 항쟁에 대한 여권 내부의 편향적 시선과 외면 등이 중첩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선거 직전 진행된 4.3 추모식에도 야권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을 불참했다.
◆사전투표는 야당에 유리? = 본투표 4~5일 전에 실시되는 사전투표가 진보야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취약하다. 5~6일에 실시된 이번 사전투표는 31.28%로 역대 최고치였는데 세대별 투표율을 보면 60대의 참여가 가장 높았다.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사전투표 연령별 참여자수를 보면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가운데 1384만9043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60대가 314만1737명(22.69%)으로 가장 많았다. 50대는 311만7556명(22.51%), 40대가 216만7505명(15.65%), 70살 이상이 207만3764명(14.97%)으로 뒤를 이었다. 사전투표자 10명 중 4명(37.66%)꼴로 60대 이상 노년층이었던 셈이다. 반면 30대 155만9701명(11.26%) 20대(18~29세)178만8780명(12.92%)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총선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40~50대와 60세 이상의 여야 지지율이 상반된 결과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사전투표율 상승이 야당 우위로 이어진다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영남 등 일부 접전지역의 결과와 방송3사 출구조사 차이 배경엔 출구조사가 허용되지 않은 사전투표 유권자 표심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의원 당선인이 3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 97명의 여성후보가 지역구에 출마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24명, 국민의힘 12명, 모두 36명이 당선됐다. 비례대표 여성의원은 24명이 당선됐다. 22대 국회의원 20%가 여성의원인 셈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선 지역구에서 29명, 비례 28명이 각각 당선 됐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