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폭풍…다시 떠오른 ‘수평적 당정관계’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속 방향 놓고 ‘노선투쟁’
김건희 여사 수사-채상병 특검 의결 시험대
국민의힘에 몰아치는 매서운 총선 후폭풍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정부·여당의 앞날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108석 참패의 상처를 추스리면서도 192석의 압도적 거야를 만들어낸 민심을 받드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내야 한다. 이를 풀 수 있는 핵심 열쇠는 결국 ‘당정관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견제적’ 여당으로 탈바꿈해야 정부도 살고 여당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부터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체제로 총선 이후 정국을 수습해 나가게 된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장동혁 사무총장과 박은식 윤도현 장서정 비대위원도 동반사퇴했다.
윤 원내대표는 새로운 비상대책위 체제로 갈지, 잠시 과도기를 거쳐 조기 전당대회로 갈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당내 여러 의견을 취합하는 것은 물론 22대 총선 당선인 총회를 열어 최종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롭게 꾸려질 지도부의 성격을 놓고선 이른바 ‘노선투쟁’이 벌어지리라는 게 중론이다. 노선투쟁의 전선은 지지층 측면에서는 보수결집론과 중도외연확장론 사이에서 그어질 전망이다. 당정관계 측면에서는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당정관계냐 아니냐 사이에 그어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은 이미 노선투쟁의 불을 당겼다. 치열했던 서울 ‘한강벨트’에서 살아온 나경원 당선인은 11일 페이스북에 “조금이나마 정치를 오래 지켜봤던 제가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비윤’ 진영에서 당권주자로 지목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보수결집에만 매달린 결과가 총선 3연패”라면서 “정의로운 보수, 유능한 보수의 길로 보수의 지평을 넓히지 않으면 다음 대선, 다음 총선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썼다.
서울보다 더 치열했던 경기도에서 승리를 거둔 안철수 의원은 “당정 핵심 관계자들의 성찰과 건설적 당정관계 구축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안 의원은 특히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제시한 수준보다 더 강도높은 인적쇄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인사도 인사지만 국정 기조도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대전환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자진 사퇴 대상에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 3실장 모두 포함이 되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안보실과 정책실을 인적쇄신 범위에서 제외한 점을 비판한 셈이다.
다만 ‘친윤’으로 분류되는 당권주자들은 약간 결이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서 향후 당내 갈등이 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5선 고지를 밟은 권영세 당선인은 11일 JTBC 인터뷰에서 “당정관계가 수직관계도 아니고 별개로 가는 관계도 아닌 건강한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 내에선 향후 여당이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지는 김건희 여사 검찰 수사와 채 상병 특검 관련 국회 의결에서 어떤 입장을 내느냐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속지정안건으로 지정된 채 상병 특검법은 언제든 본회의 표결이 가능한 상태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또는 특검법 관련한 여당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서울 강북권의 유일한 당선인인 김재섭 도봉갑 당선인은 12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