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패 시나리오’ 없었나…윤 ‘장고’ 언제까지
총선 후 닷새간 입장 ‘한 문장’ 나와
비서실장·총리 등 하마평 반응 ‘냉랭’
‘유사 민정수석실’ 설치 카드 ‘만지작’
4.10 총선 후 쇄신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국민 메시지 없이 인선도 하마평만 무성하다 보니 고민이 길어질수록 대통령실의 대처 능력, 윤 대통령의 정무적 상황인식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닷새째인 15일 현재 인사검증과 여론을 살피며 쇄신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오늘도 (인선발표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직 검증중인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는 한때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유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재임시절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준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 야권과 대립각을 세웠던 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저격수’로 활동하며 총선까지 맞붙었던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장제원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지만 정 의원의 경우 비서실장 직에 비해 중량감이 크다는 점, 장 의원은 ‘윤핵관’ 꼬리표 등이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이름도 오르내리지만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와는 상반되는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
국무총리에는 김 통합위원장을 비롯해 현역인 주호영·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이시종 전 충북지사 등이 거론되는 중이다.
김 위원장과 박 전 부의장의 경우 야권과 네트워크가 많다는 점, 주·권 의원은 현역 의원이고 온건성향이라는 사실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선 다음날인 11일 비서실장 대독으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문장짜리 입장만 낸 상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권의 만남 요구도 잇따르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내부정비 이후로 검토를 미루고 있다.
인적 쇄신 및 입장표명이 늦어도 이번주 내엔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더 이상 늦어져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대통령실이라면 적어도 총선 일주일 전에 판세분석 끝나고 참모들이 경우의 수 별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두는 게 상식”이라며 “그런데 총선 직후 대통령이 낸 메시지부터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을 면면을 보면 용산이 총선 참패에 대비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경력 인사는 “참모들이 총선을 지켜보며 손 놓고 있진 않았을 테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사실상 민정수석실 부활로 여겨지는 가칭 ‘법률수석실’ 신설도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인적 개편 후 시민사회수석실을 폐지하고 민심청취 기능을 우선하는 조직을 추후 신설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법률수석실이 사정기관에 대한 대통령실의 장악력을 키워 야권의 특검공세 및 여권 분열에 대응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5일 “민심을 청취하는 예전 민정수석사실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건의와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