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전대냐 비대위냐…여, 수습책 고심
총선 패배 직후엔 “새 얼굴 필요” 조기전대론 강세
최근엔 친윤-비윤 신경전 속 비대위 유지론 ‘고개’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 후 수습책 모색에 들어갔다. 개헌저지선을 겨우 얻은 여당은 4.10총선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상황이다. 새 지도부를 어떻게 꾸리느냐가 민심 수용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15~16일 양일간 당선인들의 총의를 모으는 시간을 갖는다. 15일에는 4선 이상 중진 당선인, 15일에는 초선부터 중진까지 모든 당선인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당내 역학 구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새 지도체제에 대한 백가쟁명식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패배의 무게감이 압도적이었던 총선 직후에는 조기전대론이 좀 더 힘을 얻는 모습이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로 당장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되자 최대한 빨리 공식 절차를 거쳐 당 지도부를 꾸리는 게 맞다는 의견이 분출했다. 이 경우 윤 원내대표가 관리형 비대위를 꾸려가면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되 6월말 7월초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4선 고지를 밟은 안철수 의원은 지난 1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어 총의를 모아 결정하는 게 맞다”면서도 “더 이상 비대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른 수도권 당선인도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비대위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면서도 “민심이 그걸 ‘여당이 또 뭉갠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차근차근 전당대회를 준비하자는 의견은 이른바 ‘친윤’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여론에 휩쓸려 허겁지겁 전당대회를 치르게 될 경우 수도권 전진배치론 등이 힘을 얻어 지도부 내에서 최소한의 ‘친윤’ 지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대외적인 명분은 안 그래도 당이 위기인데 당권경쟁을 조기에 시작할 경우 당이 더 사분오열될 수 있다는 현실론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낙선인은 “이럴 때일수록 당이 똘똘 뭉쳐야 하는데 당권경쟁이 시작되면 그게 힘들어질 수 있다”고 조기 전대 개최론을 비판적으로 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윤계의 현실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현역이 상당수 살아돌아온 데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들도 적지 않다는 점, 무엇보다 지역구 당선인 중 60명 갂이 영남권 인사라는 점에서 기존 당 질서가 관성처럼 유지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만약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지 않고 비대위를 유지할 경우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당헌에 비대위를 한차례에 한해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는데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전국위를 거치면 올해 12월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이 경우 ‘도대체 몇 번째 비대위냐’는 또다른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여당은 ‘이준석 사태’ 등으로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를 거쳐 최근 해체된 한동훈 비대위를 꾸린 바 있다.
조금이나마 새로운 얼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윤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 말에 끝나니 새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해 변화를 주자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만 맡아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와 투톱 방식을 이어가는 경우의 수도 있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물밑에서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친윤·비윤 간 신경전이 어느 쪽 승리로 끝나느냐다. 다만 이 신경전이 어느 쪽 승리로 끝나든 민심을 수용하는 방향이냐 아니냐에 따라 여권이 걸어가야 할 가시밭길이 얼마나 험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