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관리형 비대위’로 … ‘전대 룰’ 바꿀까
윤석열정부 들어 네번째 비대위
총선 참패 후 수습책을 모색하던 국민의힘이 네번째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기 위한 ‘관리형 비대위’지만 전당대회 룰 변경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를 열고 총선 참패에 따른 당 위기 수습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전날 열린 4선 이상 중진 당선인 간담회에선 ‘관리형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수도권의 초선 당선인을 중심으로 이견이 나올지가 관심 포인트다. 만약 별다른 이견 없이 ‘관리형 비대위’ 출범으로 총의가 모아질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비대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중진 당선인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신속히 당체제를 정비하겠다”면서 “전당대회를 하려면 당헌당규상 비대위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헌 제17조를 보면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하여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최고위원회의가 없는 현재 상태에선 비대위를 다시 꾸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새 비대위원장을 누구로 지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곧 선출될 새 원내대표가 맡도록 하자는 안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현 윤 원내대표의 임기가 5월 말까지인데 새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해 당 수습 등을 함께 맡기자는 것이다.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 지목 등을 거쳐 비대위를 꾸려 전당대회를 준비할 경우, 전당대회 개최 시점은 당초 예상됐던 6월말 7월초 가능성이 점쳐진다.
새 비대위는 당 수습은 물론 전당대회 룰 변경이라는 과제도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 김기현 전 대표 체제 출범 당시 당대표 선출 룰을 기존 ‘당원투표 70%+여론조사 30%’에서 ‘당원투표 100%로 바꿨다. 총선에서 참패한 만큼 민심을 수용하는 당으로 거듭나려면 이를 다시 기존처럼 여론조사를 반영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강벨트를 제외한 서울 강북권에서 여당 소속으로 유일하게 당선된 김재섭 당선인은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 100%의 구조로 되어 있는 전당대회이기 때문에 ’영남의 힘‘이 굉장히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전당대회 룰도 어느 정도 시정할 필요가 있다. 민심 대 당심 (비율이) 최소 ’5 대 5‘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비대위이기는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서만 네번째 비대위라는 점은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당대표 징계 사태 당시 지도체제가 흔들리면서 주호영 비대위, 정진석 비대위를 거쳐 한동훈 비대위를 꾸린 바 있다.
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상시적으로 비대위를 하다 보니 비대위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면서 “당 입장에선 고육지책이지만 그걸 국민들도 알아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소속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1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충탑 참배 후 방명록에 “국민만 바라보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