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술판 회유’ 정치 쟁점화되나
민주 “수사농단, 중대 범죄”… 국조·특검 예고
국민의힘 “정치공세” … 검찰 수사에 도움안돼
‘검찰청 술판 회유’ 진실공방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의 제3자뇌물죄로 입건해 놓았기 때문이다. 오는 6월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 판결은 이 대표 혐의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사건 재판에 출석한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회유논란과 관련해 “이재명이 제3자뇌물죄로 기소돼야 한다. 이 수사는 이재명을 잡기위한 수사다. 이재명이 주범되지 않으면 당신이 주범된다”며 회유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30일쯤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방용철 등과 모여 세미나를 했다. 쌍방울 직원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술도 한번 먹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이 대표 제3자뇌물죄 입건 영향 = 이후 검찰은 지난해 8월 이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의 ‘제3자뇌물’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방북을 추진하면서 북한이 요구한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러자 이 전 부지사는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한 수단과 도구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반드시 시간이 지난 후 재수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이재명의 무죄를 주장한다. 이재명의 무죄가 이화영의 무죄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아직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피의자 신분이지만, 언제든지 피고인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 이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 대표의 제3자뇌물죄 기소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이 대표의 정치행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 이 대표 사법리스크 맞대응= 민주당은 ‘검찰청 술판 의혹’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18일 민주당은 ‘진술조작 모의의혹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대검찰청과 수원지검, 수원구치소를 찾는 등 연일 검찰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겨냥하는 검찰에 맞서는 대응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수원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사농단이자 중대범죄”라며 “검찰이 스스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국정조사, 특검까지 추진해 반드시 진실을 밝혀 내겠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청 술판 회유’에 대해 “국기 문란 사건이다. 반드시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을 고발하는 등 진상조사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검찰총장도 즉시 내부감찰을 통해 스스로 관련 사실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희용 수석대변인이 나서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정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검찰측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민주당에서 사안을 정치적 공세로 이어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밝히는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실공방 이어가는 이화영과 검찰 = 이 전 부지사측과 검찰이 반박과 재반박, 재재반박으로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 5일과 17일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허위”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화영 피고인의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 조사를 받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고,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측도 술을 마시거나 회유·압박당한 장소라며 ‘검사휴게실’ 등 청사 내 3곳을 추가 거론하고, 안주로 먹은 연어를 사왔다는 식당까지 공개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18일 반박문을 통해 “7월 3일(추정) 음주 당시 김성태가 쌍방울 직원에게 ‘검찰 앞 삼거리에 있는 연어 전문점에 가서 연어 좀 사 와라’라고 시켜 연어 안주에 술을 마셨다”며 “재소자 출정 기록, 수원지검 출입 기록, 교도관 출정 일지만 공개하면 진실이 드러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지난해 6월말~7월초 호송계획서와 출정일지 사본 일부를 공개했다. 출정일지에는 수감자의 이동 동선이나 특이 사항도 기록으로 남긴다.
검찰은 “술자리가 있었던 날로 유력하다는 7월 3일에는 이 전 부지사가 오후 5시 5분 조사를 마치고 검사실을 떠나 오후 5시 15분 수원구치소로 출발했고, 5시 35분께 수원구치소에 복귀했다”며 “허위 주장을 계속할 경우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