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윤석열-한동훈, 가까워진 윤석열-홍준표 … 차기구도 흔들까
윤-한, ‘마리 앙투아네트’로 20년 인연 마침표
윤-홍, 4시간 만찬 … “대통령 흔드는 건 반대”
제2 박근혜? 제2 고 건? 어느 쪽 가능성 높을까
여권에서는 최근 세 남자의 엇갈린 브로맨스가 화제다. 20년 인연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헤어질 결심’ 단계로 접어들었다. 대선에서 난타전을 벌인 윤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서로 힘이 되어주는 선후배가 됐다. 세 남자의 엇갈린 브로맨스가 3년 뒤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지난 21일 “친형제보다 가깝다던 두 사람(윤 대통령-한 전 위원장)이 서로 등돌리는 걸 보니 정치라는 게 정말 냉혹한 세계인 것 같다”고 촌평했다.
서울대 법대와 검사 선후배인 두 사람은 정치 입문 전까지는 ‘한 몸’으로 통했다.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전성기를 함께 시작했고, △서울중앙지검장-3차장 △검찰총장-반부패강력부장으로 화양연화를 동시에 누렸다. 두 사람은 ‘조 국 수사’를 계기로 고난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한 인사는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보다 한 전 위원장을 더 챙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부가 한 전 위원장을 아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 1월 한 전 위원장 측근인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계기로 관계가 급랭했다. △이종섭 출국 △의대정원 확대 △총선 공천을 놓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회복 불능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대목이다. 한 전 위원장은 20일 SNS를 통해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 뿐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비판하는 데 대한 답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2022년 대선 경선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당시 TV토론에서 “(홍 후보의) 구태 정치 때문에 당 대표 시절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참패와 후보들의 유세 지원 거부가 일어난 것 아니냐” “제가 당을 바로 잡고 일으켜 세우고 힘들게 할 때 윤 후보는 어디 있었냐. 문재인 후보 품 안에 있었지 않냐”며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총선을 전후해 부쩍 가까워진 모습이다. 홍 시장은 총선 직후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깜도 안되는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놀이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하고 셀카만 찍다가 (총선을) 말아 먹었다”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 책임론에는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선거가 참패하고 난 뒤 그걸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이 정권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22일에는 “나는 친윤이 아니어도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 대통령을 흔드는건 반대한다”며 윤 대통령을 거듭 감쌌다. 지난 16일에는 4시간이나 만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누가 봐도 ‘윤-한 브로맨스’를 대체하는 ‘윤-홍 브로맨스’로 볼 법한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세 남자의 엇갈린 브로맨스가 3년 뒤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한 건 국정지지도가 20%대로 추락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실패한 정권의 ‘황태자’보다는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소신 이미지가 민심을 얻는데 유리하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서 있다가 집권에 성공했던 박근혜 대통령 사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반면 “대통령이 차기권력을 만들 수는 없어도 차기를 막을 수는 있다”는 오래된 정치권 격언도 거론된다.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여권 유력 차기주자로 떠오르던 고 건 총리가 참여정부에 각을 세우자 고 총리를 겨냥해 “실패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고 총리는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차기에 도전하려면 대통령의 도움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미운털을 박히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로 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