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에서 기록적 패배를 한 국민의힘의 패배요인 분석이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2번의 세미나,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다. 적극적으로 쓴소리를 던진 주체는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수도권에 출마한 후보들이었다. 이들은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보수진영이 ‘환상’에 눈이 가려 참패했다며 반성과 함께 당 차원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첫 패인 분석 세미나는 지난 18일 열렸다. 총선 후 일주일이 넘도록 당 차원의 총선 패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자 수도권 출마자들이 나섰다. 인천 지역에서 5선 고지를 밟은 윤상현 의원은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모두발언에서 “작년 여른부터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말씀드렸다”면서 “위기가 위기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예견된 참패였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 토론회에서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든 국민의힘에 대해 탄식이 이어지자 “왜 영남탓 하느냐”는 당내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지난 22일 개최한 두번째 토론회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대참패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토론회를 불편해하는 공동묘지같은 분위기”라고 일침을 놨다.

다른 수도권 출마자들도 당이 참패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서울 중랑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뛴 이승환 조직위원장은 22일 국민의힘을 패배에 이르게 한 ‘10가지 환상’을 지목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지난해 추석 전까지만 해도 (보수) 진영은 ①이재명 대표는 구속될 것 ②민주당은 분열할 것 ③국민의힘은 더이상의 실책을 하지 않을 것 ④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낼 것 ⑤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라는 5가지 환상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오고 나서는 또다른 환상에 빠지기 시작했다”면서 “①한 위원장이 우리를 구원할 것 ②대통령은 당분간 눈에 안 보일 것 ③국민들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잊었다 ④이종섭 호주대사가 귀국했으니 됐다 ⑤물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랬는데 모두 다 실책이었다”고 말했다.

외연확장을 하지 못한 점도 뼈아픈 요인으로 꼽혔다. 인천 서갑에 출마했다 낙선한 박상수 조직위원장은 같은 토론회에서 “보수 전통 지지층,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다. 하지만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 “3040세대를 공략할 정책과 비전을 만들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김재섭 도봉갑 당선인도 나섰다.

김 당선인은 총선 15일 만에 당이 공식 개최한 25일 토론회에서 “어떻게 당선됐느냐고 묻는데, 솔직히 우리 당이 하는 것과 반대로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재명)·조(국) 심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고 당에서 내려오는 현수막은 단언컨대 4년 동안 한 번도 안 걸었다”며 “서울시당에서 현수막 걸어야 공천받는다고 했는데 저는 떨어질까 봐 안 걸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당 메시지를 배제한 후에야 당선이 가능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