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10년 만에 증권업 진출…업계 기대 반 우려 반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 IB부문 등 시너지 기대
주식중개·투자일임업 등 핵심 라이선스 확보 과제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10년 만에 증권업에 진출한다.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면서 금융그룹으로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투자은행(IB)부문 등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전망과 함께 포스증권의 규모가 너무 작고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어 비은행부문 경쟁력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포스증권의 기존 사업이 온라인 펀드 판매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도 한계다. 이에 주식중개업과 투자일임업 라이선스 확보가 과제로 떠오른다.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 =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일자로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우리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의 합병을 공시했다. 존속법인은 한국포스증권, 소멸법인은 우리종합금융이며 합병기일은 8월 1일이다.
포스증권은 금융위원회의 합병 인가 등 절차를 밟아 올해 3분기 이내에 합병증권사를 출범하고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종금의 IB와 포스증권의 디지털 기반 리테일(개인고객) 사업을 합쳐 10년 이내에 초대형 투자은행(IB)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우리종합금융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그룹 내 종합증권사로서 역할과 비중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조영태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위탁매매부문, WM부문, IB부문 등 전반적인 영업기반 확충을 통해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우리금융그룹의 우수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우리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위탁매매, 자산관리 등 리테일 부문 역량이 크게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있으면 발행어음업 등 일반 증권사는 할 수 없는 수신 기능이 가능해 그 자금으로 각종 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적극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현재 한국포스증권은 집합투자증권 관련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중개업의 경우 신규진입에 대해서만 인가제를 적용하고 있어 합병시 우리종합금융은 등록만으로 위탁매매 관련 라이선스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다. IB부문 확장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비은행부문 경쟁력 제고 효과 미미 = 다만 포스증권의 인수 그 자체가 갖는 단기적인 비은행부문 사업경쟁력 강화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증권은 외형 규모가 작년 말 기준 자산 2330억원으로 작은 데다 2021~2023년 연평균 순손실 규모가 68억원 등으로 만성적인 적자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포스증권의 누적 결손금은 2023년말 기준 207억원이다. 결손금은 합병 과정에서 해소될 전망이지만 포스증권의 적자구조는 합병이후에도 우리종합금융의 수익성에 단기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포스증권은 집합투자증권(펀드)에 대한 투자매매와 투자중개업, 신탁업 라이선스만 보유하고 기존 사업이 온라인 펀드 판매에 국한되어 있어 전통적인 증권업 관련 영업기반이 미흡한 점도 한계다.
실물경기 침체 및 프로젝트파이낸스(PF)부실 우려로 증권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증권사간 경쟁도 심화되어 단기적으로는 우리종합금융의 빠른 영업부문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종합금융의 수익성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5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합병 후 우리종합금융 수익성 지표의 저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조 연구원은 “포스증권의 자산 및 순이익 그리고 영업 규모를 감안 시 은행 부문 의존도 완화 효과는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추후 실적을 살펴봐야 한다”며 “비은행 자회사 인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무 부담이 우리금융지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명 ‘우리투자증권’ 상표권 있어 가능 vs 상도의 어긋나 = 한편 우리투자증권으로 예정한 증권사 이름에 대해서도 평가가 어긋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과저 우리투자증권이었던 NH투자증권과 고객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과거 매각했던 회사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상도의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우리투자증권을 검색하면 NH투자증권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우리투자증권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어 사명으로 사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면서 향후 증권업 재진출을 고려해 상표권을 지켰다.
당시 우리은행으로 넘어간 ‘우리투자증권’ 상표권은 2026년까지 유효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