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수도권·청년 급한데 웬 보수결집? ‘황우여 비대위’에 갸웃
황 위원장, 연일 “보수정체성 확립 필요” 강조
전당대회 한 달 연기 놓고 “한가하다” 비판도
총선 패배 후 수습을 위해 새 선장으로 지목된 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비대위원 선임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당내에선 섣부른 평가를 자제하고는 있지만 황 비대위원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우려 지점은 황 비대위원장이 연일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반적으로 우리가 외연확장을 도모하다 보니 보수층이나 보수 내부의 결집을 위한 공통의 인식이 좀 약해진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그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중도 쪽을 설득해야지 그 쪽 분위기에 휩쓸리면 우리 쪽이 섭섭해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가 보수정체성을 확고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보수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보수가 결집하고 결집된 힘으로 중도나 진보 쪽에 있는 국민들도 우리를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되는데, 우리 자체가 흔들리면서 보수 자체가 약화 내지 일산(흩어짐)이 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황 비대위원장은 “보수정당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 보수가치를 약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황 비대위원장의 ‘보수 정체성’ 강조 발언에 당내에선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총선 패배 후 수습책 모색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를 열고 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윤석열 정부 2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 정체성 강화라고 하면 어감상 잘못 받아들여진다”면서 “혁신을 화두로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 외연확장에 실패해 총선에 참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보수 정체성 강화’라는 메시지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우리가 중도층·수도권·청년층 마음을 못 잡아서 진 선거지 보수가 결집을 안해서 졌다는 말씀에 답답했다”며 “극우적인 유튜버들, 극우적인 보수 인사들이 말하는 보수의 가치에 당이 매달려 있으면 앞으로 대선이든 총선이든 해보나마나 필패”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비대위’의 중요 과제로 지목되는 전당대회 룰 변경과 관련해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황 비대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미세조정에 그치리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황 위원장도) 애초부터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걸로 안다”면서 “좀 더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황 비대위원장이 공론화한 전당대회 연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6월말 7월초로 예상됐던 전당대회 시점에 대해 황 비대위원장은 “한 달 이상 늦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8일 SNS 글을 통해 “전당대회 관리위원장에 불과한 이번 비대위원장은 그냥 조속히 전당대회 열어 당권 넘겨주고 나가면 되는데 무슨 당대표나 된 듯 새롭게 비대위원 임명하고 당대표 행세하면서 전당대회를 연기하려고 하니 참 가관”이라며 “그렇게 한가하냐. 안분지족하시고 빨리 전당대회 열어 당대표나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