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자사주 매입 급증…1분기에만 247조원
“S&P500 내년 한해 총 1470조원 전망”
미 증시 상승 랠리 견인 … 이미 9.3%↑
올해 들어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기업들의 올해 자사주 매입 총액이 1조달러(약 136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1조750억달러(약 147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활발한 주주친화정책은 미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S&P500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작년 말보다 9.3% 급등했다.
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분석결과를 인용해 “S&P 500 지수의 구성 기업들은 지난 6일까지 이뤄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총 1812억달러(약 247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 대비 16% 늘어난 규모다. 올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기업 수도 443개로, 전년 대비 17% 급증했다. 특히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와 애플,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참여하면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메타가 올해 1분기 중 매입한 자사주 규모만 145억달러(약 19조원)에 달했다. 애플은 지난 2일 1100억달러(약 150조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S&P 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총 9250억달러(약 126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미 기업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이 5~6월 미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장기화 전망, 경제 둔화 우려에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늘리는 이유로 경영진의 자신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제프리 예일 루빈 사장은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생각하며 금리나 대차대조표를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식을 편안히 매수하는데 내가 매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자본금)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당순이익(EPS)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배당처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해 주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 없이 자사주 매입으로만 주주 환원 정책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