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경제 슈퍼파워’가 될 수 있을까

2024-05-13 13:00:01 게재

영국 앞지르며 세계경제 5위 점프… 중국 대안 시장으로 부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구자라트주 아흐메다바드에서 열린 3단계 총선에서 자신의 표를 던진 후 검지손가락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 자국을 드러내고 있다. AP연합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가장 부유했던 나라는 어디일까? 언뜻 로마제국이나 중국 영국 스페인 미국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놀랍게도 답은 인도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앵거스 매디슨이 서기1년부터 2010년까지 2000여년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국가와 지역별로 분석한 뒤 내놓은 결론이다.

인도전문가인 오화석 글로벌경영전략연구원 원장은 저서 ‘인도의 시대’에서 매디슨의 연구를 인용해 “로마제국이 가장 강성했던 서기 1세기 무렵 로마의 GDP는 총 251억900만달러로 인도의 336억달러에 비해 85억달러나 적었다”고 지적했다. 오 원장은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은 영국이나 스페인, ‘온 세상의 중심국가’라던 청나라, ‘현대의 로마제국’으로 불리는 미국 등도 일시적으로는 세계 최고 부자국가 지위를 누렸으나 인도만큼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인도는 다시 경제 슈퍼파워가 될 수 있을까? 미국 CNN이 최근 특집기사를 통해 던진 질문이다. CNN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리더십 아래 인도는 21세기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인도는 새로운 성장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과 소비자 브랜드 기업들,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제조업체들에게 중국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서방국가들 사이는 점점 소원해지고 있다. 반면 인도는 대부분의 주요 경제국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공장을 인도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공격적으로 벌인다. 과연 아직 헐벗은 인도가 21세기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영국 BBC방송은 최근 인도 경제의 빛과 그늘을 조명하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BBC는 “지난 10년 동안 인도의 경제는 코로나 19 등의 고통 속에서도 다른 주요 국가들을 앞지르는 성장을 했다”고 평가했다.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려는 모디

인도는 현재 총선이 진행 중이다. 임기 5년의 연방하원 의원 543명을 뽑는 이번 총선은 4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실시된다. 등록 유권자가 9억7000만명에, 공식 언어인 힌두어와 영어 외에도 약 800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등 복잡한 사회 체계를 지닌 만큼 선거는 6주 동안 7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모디 총리의 3연임 여부는 이미 관전포인트도 못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과반 의석을 훌쩍 넘어서는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총리가 3선에 성공하면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이후 첫 3연임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독립 100년을 맞는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빅시트 바라트 2047(Viksit Bharat 2047)’을 제시했다. 모디 총리는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야심적으로 추진했다.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0년엔 반도체와 모바일 전자제품 제약 의료기기 등 핵심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250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모디 총리는 세계 경제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엄습 이후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그 결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의 경우 2년 전까지는 신제품이 나와도 인도 시장에는 7~8개월 후에나 내놓았다. 그렇지만 2022년 출시된 아이폰14는 수주 만에 인도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는 2025년 말까지 아이폰의 23%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폰의 인도 생산량은 2022년 기준으로 6% 정도다.

BBC는 그러나 아이폰 제조업체인 폭스콘과 마이크론, 삼성 등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아직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인도 GDP는 세계 5위인 3조7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인도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경제 순위에서 네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인도는 향후 수년 동안 연간 6% 이상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도가 경제 슈퍼파워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8% 이상의 성장을 해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내년에 일본을 밀어내고 세계경제 4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6일 “IMF는 2025년 인도의 GDP가 4조3398억달러로 일본의 GDP 4조3103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인 14억명을 기반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7.8%로 일본 1.9%의 4배 이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가 2027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30여년 전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인도 역시 도로와 항만 공항 철도 등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연방예산만 1340억달러를 책정했다.

인도 전역에서 인프라 건설 작업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2014~2023년 사이 인도의 고속도로망은 5만5000㎞ 가까이 늘었다. 이는 기존보다 60%나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의 철도망 역시 60% 확장됐다.

인도는 또한 지난 수년 동안 일련의 공공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했다. 인도 국민들의 일상과 기업 활동의 기반을 바꾸는 혁신이었다. 2009년 선보인 아드하르(Aadhaar)라는 이름의 생체인식 디지털 ID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아드하르는 지문·홍채·안면인식 등 생체 정보를 포함한 12자리 개인 고유번호다. 은행 계좌나 공공복지 지급 계좌 등을 개설할 때 신분 인증을 위해 사용된다.

인도는 모바일 결제 앱인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도 구축했다. UPI는 QR코드 스캔을 통해 즉석 결제를 하는 플랫폼이다. 상품 구매나 교통비 결제, 송금의 수단으로 인도인들의 생활 속에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9월 모디 총리는 세계은행(WB) 자료를 인용하면서 “공공 디지털 인프라 덕에 인도는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목표를 단 6년 만에 달성했다”면서 “공공 디지털 인프라의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최소한 47년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인도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내셔널증권거래소(NSE)와 뭄바이증권거래소(BSE)를 합한 인도증시의 시가총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4조4000억달러 수준이다. 세계거래소연맹(the World Federation of Exchanges)에 따르면 NSE 시총은 지난 1월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 증시를 제치면서 세계 6위로 올라섰다.

1인당 GDP는 세계 147위

그러나 CNN과 BBC는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부작용과 도전 요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WB에 따르면 2022년 인도의 1인당 GDP는 세계 147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세인트 갤런 대학의 귀도 코지(Guido Cozzi)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낙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낙수 효과만으로는 소득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포용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BC는 팬데믹 이후 인도 경제가 ‘K자형’의 불균형 성장을 하면서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가구 부채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반면 저축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BBC는 “지난 10년 동안 모디노믹스는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면서 “많은 이들의 그릇은 여전히 반쯤 비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BBC는 또 “고학력자의 실업률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면서 “세계노동기구(ILO)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54.2%였던 고학력자 실업률은 2022년 65.7%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분명한 사실은 인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인도의 성장은 우리나라에도 놓쳐서는 안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오화석 원장은 “2020년 현재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873개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수(9000여개)의 1/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과연 우리는 인도경제의 팽창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인도가 빠르게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한 정책이나 대책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박상주

칼럼니스트 지구촌 순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