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도입 논란 확산…과세가 ‘글로벌 스탠다드’
주식 연 5천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 소득에 과세 … 손익통산·결손금 이월공제 등 투자 손실 상쇄
국제적 흐름 부합한 합리적 과세체계, 증시 변동성 줄일 수 있어 … 폐지 시 과세 불균형 심화 우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면 국내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며 도입 논란이 확산 중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해외 주요 국가들의 경우 이미 주식과 채권 등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어 오히려 금투세 도입이 국제적 흐름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제도는 손익통산,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 등으로 투자 손실을 상쇄할 수 있어 기존 과세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하고 증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과세체계 불합리한 부분 해소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양도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주식의 경우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냈을 때, 또 해외주식 등 기타 금융투자상품은 연간 수익이 250만원 이상일 때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을 낸다.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금투세는 지금까지 사실상 비과세였던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도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제각각이었던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의 매매 차익을 묶어 과세한다는 점과 결손금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현재는 주식과 펀드 파생상품별로 각각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어 특정 금융상품에서 크게 손실이 발생해 최종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을 내야한다. 또 오랜 기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한 해라도 수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손익통산은 여러 금융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통합적으로 계산해 과세하고, 결손금 이월공제 제도는 그 해에 발생한 손실금액을 다음으로 이월해 소득금액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과세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한다는 장점으로 평가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현재 극히 일부 대주주에게만 적용하고 있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대신 손익통산과 이월공제 등을 활용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유의미한 정책”이라며 “주식 투자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도 펀드에서 과세 대상이 되어 세금을 납부하는 등 불합리한 과세체계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과 채권 등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각 금융투자 상품별로 과세 체계를 달리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일례로 상장주식을 양도해 소득이 발생해도 대주주가 아니라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채권, 국내 주식형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파생상품을 양도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라 여야가 22년간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진행한 논의 끝에 도입하기로 2020년 결정했다. 이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돌연 중단시키고 2년 뒤로 유예시킨 후 내년 1월 1일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해외 주요국가 이미 과제 중 =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우리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내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는 ‘슈퍼개미’가 해외 증시로 빠져갈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해외 주요 국가들은 주식과 채권 등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은 세제의 기본적인 원칙으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양도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 또는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손해와 이익을 통합 계산해 과세하는 손익통산의 경우 세부적인 방식에 있어서는 나라별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모든 국가가 활용하고 있다. 손실을 이월해서 공제해주는 이월공제 또한 대상이 되는 모든 국가가 활용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00년 이후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확대한 것은 위와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2023년 말 과세 대상을 축소하고, 시행이 애초보다 2년 더 유예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자본소득 과세에 대한 국제적인 흐름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세자 1% 수준 예상 = 시민단체들은 금투세 폐지가 강행될 경우 과세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서 소득 유형별로 최소한의 기본공제만을 적용해 산출세액과 실효세율을 계산한 결과, 주식양도소득 0원, 근로소득·사업소득 602만원, 이자소득 700만원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경비, 비용 등을 제외한 소득금액을 각 유형별로 동일하게 연간 5000만원으로 가정한 것이며 근로소득은 1인가구를 기준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종합소득세 세율 15%(소득세법 제55조 1항), 이자소득은 원천징수세율 14%(소득세법 제62조 )을 적용해 산출했다. 소득이 동일하지만, 유형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은 0원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기본공제금액에서도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자소득 기본공제액은 0원, 근로·사업소득의 본인공제액은 150만원, 주식양도소득은 5000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현재는 주식양도로 얻은 소득이 5000만원이라도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 만일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면 양도소득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이러한 과세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고 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조9423억원(연평균 9808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 차례 유예로 2025년 시행 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4조328억원(연평균 1조3443억원)의 세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여연대는 “만일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며 “근로·사업·이자소득 등 유형에 관계없이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금융투자소득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 과세자는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금융투자소득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추산으로 실제 금투세 부과 대상은 증시 투자자의 약 1%인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2019년과 2021년 사이 연간금융투자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전체의 0.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투세 폐지 시 혜택을 보는 대상은 ‘개미’가 아닌 소수의 고소득층이다”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금융투자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전체의 0.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투자자 1400만명 중 1% 남짓한 ‘슈퍼개미’들이 세금을 납부하는데, 이를 모든 ‘개미’들에게 타격을 주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었을 때, 다수의 ‘개미’가 아닌 소수의 ‘슈퍼개미’들에게 그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소득 유형별로 부과하는 세금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