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생각 더 반영” “민심 50% 이상” 전대 룰 신경전
황우여 비대위 “다 열려 있다” 밝혔지만
당권주자들 의견 제각각 … 절충안 가나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 개정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전당대회의 가장 큰 변수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 여부라면 그 다음 중요 변수는 룰 개정방향이기 때문이다. 예비 당권주자들이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자는 목소리를 주로 내왔지만 유력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당선인이 최근 ‘당심’에 좀 더 무게를 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미묘한 신경전 기류가 감지된다.
룰 개정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황우여 비대위’는 일단 모든 안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비대위원들에게 임명장 수여 후 처음으로 열린 16일 비대위 회의에서 엄태영 비상대책위원은 “5대 5든 7대3이든 10대 10이든 다 열려 있다”고 밝혔다. 황우여 비대위원장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룰 개정을) 의견을 수렴해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원칙적 입장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룰 개정 방향에 따라 당권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100% 당원투표 결과에 따라 당 대표를 뽑게 돼 있는데 여기에 국민여론조사(민심) 비율을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우세했던 개정안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50%는 반영해야 한다는 안이었다. 국민의힘 원외위원장들과 3040세대 수도권 험지 출마 낙선인들 모임인 첫목회는 당원투표(당심) 50%, 국민여론조사(민심) 50%로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일찌감치 지도부에 전달했다. 그 외 김용태 김재섭 등 험지에서 당선된 수도권 당선인들도 민심 반영 비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역시 민심 50% 반영을 주장했다.
나경원 당선인은 조금 다른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나 당선인은 16일 자신이 주최한 저출산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공직 후보자는 밖에서 선거하니까 (민심을) 좀 더 높게 반영한다”며 “전당대회는 당원 생각이 조금 더 반영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심을 반영하되 당심보다는 좀 더 낮은 비율로 반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당원들의 지지세만 보면 한동훈 전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나 당선인의 지지세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1일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8~9일 실시,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 무작위 ARS,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보면 차기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 1위는 유승민 전 의원 28%, 한 전 위원장 26%, 나 당선인 9%, 안철수 원희룡 각각 7%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48%,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13%, 나 당선인 11%, 유 전 의원 9% 순이었다.
신경전이 치열해질수록 당내에선 결국 절충안 쪽으로 가게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심 반영 50%를 주장한 한 낙선인은 “현재 기류로 보면 50%까지 가기는 힘들어 보이고, 결국 30% 정도로 원상복귀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1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조정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50대 50까지 가면 당원들이 상당히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