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새단장한 대통령실, 감흥 없는 이유
용산 대통령실은 지난 한달여 동안 청사 ‘서현관’ 안팎 공사로 북적였다. 서현관은 대통령실 직원과 기자·방문객 등 외부인이 드나드는 출입구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맞춰 벌인 환경개선사업이 이제 마무리됐다.
서현관 바깥 공터는 소나무 10여 그루와 벤치 등으로 작은 정원처럼 꾸며졌다. 약 30m 길이의 출입로 위에는 높다란 기둥들이 떠받치는 널찍한 캐노피(차양 구조물)가 설치됐다.
내부 복도는 밝아졌다. 회색빛 대리석으로 돼 있던 바닥·벽·천장을 모두 흰색 내장재로 덮고 모서리 곳곳은 무광택 금빛 테로 마감했다. 상층 벽면은 ‘태극 무궁화’ 요철문양을 빙 두르고 난간에는 전통 격자무늬 목재 창호를 올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용산 집무실 꾸미기에 의욕적이었다. 앞서 지난해에는 청사 정문과 안쪽 홀을 비슷한 방식으로 리모델링했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중단 후 벽을 세운 그 공간이다.
출입기자들은 덤덤하다. 청사 외관이 제법 근사해졌지만 별 감흥이 없다. ‘용산시대’에 대한 국민 평가라 할 수 있는 총선 참패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는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공간’을 바꿔도 소용없다는 교훈을 깨닫게 해줬다.
윤 대통령은 선거 후 거대야당 대표와의 회담, 임기 2년 기자회견을 열며 변화 의지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곳곳에서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민정수석실 부활 엿새 만에 ‘공교롭게’ 검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됐다. 16일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과의 만찬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이 “기죽지 말라”며 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외활동을 재개하고 있는데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 소식은 아직 없다.
지난해까지 오월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의지를 표했던 그가 올해 5.18 기념사에선 ‘헌법’조차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을 광주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최근 재개한 민생토론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노동약자들의 먹먹한 사연에 눈시울이 붉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뒤이은 윤 대통령의 20분짜리 마무리발언을 보며 ‘여전히 말이 많다’고 느꼈을 듯싶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용산시대가 다음 정권 때도 이어지길 바랄 거라 이해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집무실 외관보다 자신의 소통방식과 리더십에 대한 성찰·변화를 지속하는 일이 더 중해 보인다.
마침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이어 조만간 출입기자들과의 또 다른 만남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자리에서 회견 때 못 다 받은 ‘불편한’ 질문들을 마저 받고 답한다면 좋은 신호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재걸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