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절차는 끝나지만…전공의는 미복귀
정부, 전문의 시험 응시 등 ‘복귀시한’에 유연 … 의협 “의료공백 장기화 국면”
내년도 의대 증원이 법원 결정 이후 절차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전문의 시험 응시 등 복귀시한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의 복귀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20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1만여명의 전공의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째가 됐다. 서울지역 빅5병원과 전국 병원 전공의들이 2월 19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탈한 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제 전공의는 미복귀로 스스로 피해를 보게 된다. 전공의는 수련 기간에 공백이 발생하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해야 한다.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그해 수련을 마치지 못해 매년 초에 진행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원하는 고연차 전공의는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날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휴가나 휴직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하라는 일종의 ‘구제 방안’을 내놨다.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수련 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의사협회는 “회원의 권익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며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과정을 저지하려는 사법적 노력이 실패함에 따라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는 더욱 요원해졌으며 생계유지가 곤란한 전공의들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에 손을 들어주게 됨에 따라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관련해서 정부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재개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19일 대통령실은 이탈한 전공의의 면허정지 처분 이행 여부에 대해 “개별적인 사유 소명에 따라 개인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전공의 행정처분은 이탈 3개월을 전후로 한 전공의들의 행동 변화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처분의 시점과 수위 방식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소모적 소송전과 여론전을 접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 의료 시스템 개혁을 위한 대안 논의에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국민인식조사에서 “2000명 의대증원 정책에 찬성이 72.4%로 나왔다”고 강조한다. 그 조사에는 의대증원 관련 조사로는 드물게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방향’에 대한 질문도 들어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5.7%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공의 등에 강온입장을 반복해서 내비치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 강경기조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한편 조규홍 중앙재난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이번 주에는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와 ‘의료인력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개선 방안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 전공의의 과도한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해 연속근무 상한 축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당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수련의 질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수련비용 국가지원 확대,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등 근본적 대책을 구체화한다.
김규철 이재걸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