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다시 드러내는 김건희 여사…“사과” 후속조치 없나
회암사 사리 ‘환지본처’ 진우스님 “김 여사 결정적 역할”
우크라이나 어린이 그림 청와대 전시도 ‘여사 약속’대로
김건희 여사가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사과’ 이후 후속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했다. 김 여사와 함께였다. 김 여사는 올해 초 ‘명품가방’ 논란으로 총선 때까지 전무했다가 5개월여 만에 외부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지난 4월 16일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돌아와 모셔진 사리는 한국 불교의 정통성과 법맥을 상징하는 소중한 국가 유산이지만, 이 귀한 유물을 다시 모셔 오는 길은 길고 힘들었다”며 15년에 걸친 사리 반환 과정을 되짚었다.
돌아온 사리들은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일제강점기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함께 불법 반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남북불교계는 사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보스턴미술관과 반환 협상에 나섰지만, 2013년 이후 반환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이날 경사의 ‘주역’은 김 여사였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김건희 여사께서 미국 국빈 방문 때 보스턴 박물관에 직접 가셔서 여사님의 문화적 안목과 혜안으로 보스턴 박물관측과의 협상과 이운 승인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앞서 16일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공식 방한 당시 양국 정상 공식 오찬행사에 참석했고, 그 직전에는 총리 배우자와 별도로 친교 환담시간을 가지는 모습이 사진 보도자료로 제공됐다.
김 여사는 지난달 23일 루마니아, 30일 앙골라 정상회담 때도 정상 배우자간 친교·환담에 참석한 바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여사의 대중 노출은 지난달부터 조금씩 수위를 올려 온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및 청와대 개방 2주년을 맞아 이달 초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열었다. 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일상과 희망을 그린 그림 150여 점 전시됐다.
이 행사는 지난해 윤 대통령 리투아니아·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김 여사가 추진의사를 밝힌 데 따라 준비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지난달부터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취임 3년 차를 계기로 김 여사의 활동재개가 예고된 셈이다.
정상 부부가 참석하는 외교일정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텐데 언제까지 김 여사를 무대 뒤에 둘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게 대통령실 기류다. 그러나 김 여사의 재등판이 윤 대통령의 이른바 ‘사과’ 이후 추가 조치 없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9일 임기 2년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게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설연휴 당시 KBS 대담에서도 “아쉽다”는 수준으로 입장을 낸 데 비해선 전향적이지만 ‘사과드리고 있다’는 묘한 표현으로 직접 사과를 비껴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정치권에서 요구돼 온 특별감찰관, 제2부속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 재개에 대해 “김 여사가 가야 할 곳은 법 앞”이라며 “떳떳하다면 특검 수사에 적극 응하고 국민적 의혹을 직접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검찰 인사는 김 여사의 면죄부가 아니다. 의혹을 해소하고 대중 앞에 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명품 백 수수와 주가조작 논란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무엇 하나 해소된 게 없고, 오히려 김 여사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의 간부들이 진짜 윤석열 라인으로 교체되며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