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옐런 장관의 대선 재정전략

2024-05-21 13:00:01 게재

지난해 5월 31일 미국 하원은 3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고자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했다. 당시 재무부 일반회계(TGA, Treasury General Account) 잔고는 573억달러(5월 18일)까지 떨어졌다. 합의 후 재닛 옐런 장관이 이끄는 미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지난해 10월 25일 TGA 잔고에 8480억달러가 채워졌다. 이 영향으로 미 장기국채금리는 5%까지 올라갔다.

전체 미국 국채시장에서 단기국채 비중은 부채한도 합의 당시 16%대에서 지난해 말 22%에 근접했다. 재무부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가 단기국채 비중을 15~20% 수준으로 운영하라는 권고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 올해 4월 말 TGA 잔고는 개인은퇴계좌(IRA) 소득세가 걷히는 계절적 요인을 포함해 9624억달러까지 늘어났다.

4월 말 TGA 잔고 9624억달러, 6월말까지 2124억달러 풀어야

1월 29일 재무부가 분기 국채발행계획(QRA)을 발표했다. 1분기 7600억달러, 2분기 2020억달러 규모다. 1분기는 당초 8160억달러 대비 560억달러 줄었고 2분기는 1분기에 비해 대폭 줄었다. 재무부가 2분기 국채발행을 크게 줄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지난해 부채한도 합의안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지출을 더 이상 늘릴 수 없었다. 둘째, 4월에 IRA 소득세가 걷히면 통상적인 TGA 잔고 수준을 넘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올해 2분기 TGA 잔고 목표는 7500억달러다. 4월말 기준 TGA 잔고가 9624억달러이기 때문에 6월 말까지 2124억달러를 풀어야 한다. 그만큼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된다. 올해 3분기 TGA 잔고 목표는 8500억달러다. 9월말까지 1000억달러 규모의 유동성이 다시 흡수된다.

그러나 3분기에 차입계획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4월 30일 1차 QRA에서 올해 3분기 차입계획 규모는 8470억달러로 발표됐다. 2분기보다 3.2배 늘어난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예측(JP모건 5350억달러, 도이체방크 7490억달러)보다 큰 수치다. 게다가 5월 1일 2차 QRA에는 ‘바이백’(Buy Back, 조기상환) 계획이 포함됐다. 지난해 3월 미국 중소형 은행 파산 직후부터 논의됐던 유동성 공급 방안이다.

바이백은 의회의 동의 없이 재무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5월 29일 시작해 7월 말까지 매주 1회씩 총 9회 바이백을 실시한다. 명목이표채(nominal coupon)는 20억달러씩 7회, 물가연동채(TIPS)는 5억달러씩 2회 진행된다. 2개월간 150억달러로 큰 규모는 아니다. 바이백에 투입될 재정은 2분기 TGA 잔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풀어야 할 2124억달러에서 끌어다 쓸 전망이다.

재무부는 TBAC의 권고를 받아들여 올해 하반기에 단기국채 발행을 줄이고 장기국채 발행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단기국채를 줄이면 유동성이 줄어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6월부터 진행하는 양적긴축(QT) 속도조절과도 정책적으로 어긋나게 된다.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매월 950억달러의 자산을 축소했는데 올해 6월부터 이를 600억달러로 줄일 계획이다. 이번 연준 정책은 매월 350억달러의 유동성 공급 효과를 유발한다.

재무부는 하반기의 구체적 전술은 뒤로 미루는 모양새다. 우선 7월까지 연준과 보조를 맞춰 바이백을 실시해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재무부는 7월까지는 일단 ‘유동성 지원’ 차원의 바이백만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금 관리’ 차원의 바이백은 재정 및 시장 여건을 고려해 “올해 나중에” 시작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7월 이후 유동성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분기 유동성 집중 공급, 바이든에게 ‘신의 한수’될 수도

재무부가 5월 말 바이백을 집행하면 장기국채가격은 상승하고 장기채금리는 낮아져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 재무부는 TGA 잔고를 줄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연준도 6월부터 QT 속도조절을 실시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다시 공급한다.

3분기에 유동성을 집중 공급하면 11월 대선 직전 증시와 실물경제를 호황으로 이끌 수 있다. 경제가 좋아야 바이든이 재선할 수 있다. 선거인단 선거, 주(州)별 승자독식이 미국 대선의 특성이다. 경합주에서 승패가 갈린다. 이번 정책은 6개 경합 주(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에서 고전하고 있는 바이든에게 큰 힘이 된다. 만약 바이든이 역전에 성공하면 옐런 장관의 대선 재정전략은 ‘신의 한수’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주식투자자에게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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