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금지’ 정책 혼선은 ‘말년’총리 탓?
대통령실 “혼란 사과 … 대통령께 보고 안돼” 선 긋기
총리와 주례회동 질책성 취소 … 국민의힘도 정부 탓
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 직구 차단 정책을 사흘 만에 철회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공식 사과했다.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에겐 해당 정책이 보고되지 않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대통령의 직접 책임에 선을 그었다.
20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해외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이번 사안 관련 정책 대응의 문제점으로 △소비자 선택권의 과도한 제한 △정확한 정책 계획 전달 실패 등 두 가지를 짚으며 “죄송하다”고 거듭 말했다.
성 실장은 “정책발표 후 대통령실은 여론을 경청했다”면서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는 KC 인증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책 혼선 재발방지책으로는 △정책의 사전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재점검 등을 제시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정책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혀 내각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인상을 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3월부터 TF를 구성해 정책 검토가 이뤄졌으나 대통령실이 TF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대통령께 보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2개월 이상 14개 부처가 참여해 마련한 정책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도 않고 발표됐다고 인정한 셈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이날 예정돼 있던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을 취소한 데 대해서도 ‘질책성’이라는 해석이 따라왔다.
여당도 이번 정책 혼선과 관련해 정부 책임을 지적하고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에 쓴소리를 했지만 내심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의 책임을 분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선 이재걸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