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 상병 특검’ 재의요구…10번째 거부권
윤, 총선 후 첫 거부권 행사할 듯
야권 “국민과 전면전” 거센 반발
정부가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건의안 검토 후 곧 재가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돼 정부로 넘어왔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특검법안은 의결과정이나 특검 추천 방식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국회 입법권이 헌법이 정한 기본원칙에 반한다면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권한 내에서 의견을 개진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이어 야당 단독 처리, 야당에 특검 추천권 부여, 공수처가 수사중인 사안이라는 점 등을 지목하며 “국회 재논의를 요구하는 안건을 심의해 대통령께 건의드리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재의요구 건의안을 재가하면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부터 올해 1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까지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 “수사권은 행정부 소관인데 특검을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다면 결국 특정 정당이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삼권분립에 어긋나고 반헌법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9일 기자회견에서 “그걸(수사결과를) 보고 만약에 국민들께서 이것은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라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을 하겠다”며 ‘선수사 후특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정치권은 대치 정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 7개 정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과 전면전을 하겠다니 참 어리석은 정권”이라면서 “기어코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입법권한을 남용해 행정부 권한을 침해할 경우 최소한의 방어권이 재의요구권”이라면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행사 후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오는 28일 재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당은 재표결을 대비해 낙천·낙선 의원들 표단속을 하며 특검법 폐기를 자신하고 있다.
김형선 이재걸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