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유인태와 홍준표
주말에도 홍준표 대구시장의 페이스북 정치는 쉬지 않는다. 채 상병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힌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등을 저격한 글이 올라왔다. 최 의원을 비롯해 김 웅, 유의동, 안철수 의원 등이 채 상병 특검법을 당당히 받을 필요성을 지적해 왔는데 개개인이 모두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밝힐 수 있는 소신이라고 본다. 그런데 홍 시장 특유의 직설 화법을 거치자 이들의 소신은 단번에 ‘사적인 감정으로 부리는 몽니’가 되었다.
직전에 올린 글도 저격성 글이었다. 총선 후에만 여러번 때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또 때렸다. “정체불명의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왔다는 뜻)가 또다시 당을 장악한다면 이 당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 전에 ‘주군에 대든 폐세자’ ‘감도 안 되는 정치 아이돌’ ‘문재인 믿고 우리를 못살게 괴롭힌 어린애’같은 표현에 비하면 강도는 낮아졌지만 바라보는 당내 피로감은 임계치를 넘어섰다.
‘후배한테 고춧가루나 뿌리는 졸렬한 원로’ ‘지방선거를 말아잡수신 영감탱이 (소리를 들으려 하냐)’ 등의 비판이 나오는 게 증거다. 튀는 언행이 드문 여당 내에서 홍 시장의 직설이 쓴소리로 기능하던 때와는 다른 반응이다. 그의 발언들이 쓴소리는커녕 최고 권력자를 향한 세레나데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남자’ 발언이 클라이맥스였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고위직 인사가 ‘방탄 인사’ 논란을 부르자 홍 시장은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했다.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가 의심되는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원래 의도가 실패한 것은 물론 하나씩 쌓여가던 반감의 도미노를 건드리고 말았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비판적인 민심을 확인한 마당에 더더욱 직언과 고언을 해야 할 당의 원로가 시대착오적인 ‘상남자론’까지 들고 나와 감싸는 행태는 ‘명당팔(명확히 당수 8단)’ 홍 시장의 명성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당 일각에선 홍 시장을 유인태 전 의원과 비교하며 탄식이 나온다. 민주당의 원로로 분류되는 유 전 의원은 권력의 핵심인 이재명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황제 모시느냐”며 직격탄을 때렸고 이 대표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 말도 아끼지 않아 결과적으로 당의 자정작용을 도왔다.
반면 홍 시장 비판은 자꾸만 여권의 제1권력자를 비껴간다. 오죽하면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시장을 보면서) 우리 당 원로들이 왜 이럴까”라면서 “대통령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얘기를 원로들이 좀 해 주셨다면 …이렇게 완전히 당권 경쟁하듯이 경쟁자 무슨 두드려 패는 식의 얘기들을 하시는 걸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고 토로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