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어려움 가중…당국 ‘정책서민금융상품’ 개편한다
서민금융진흥원, 저신용·저소득자 대상 상품 11개
필요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출시해 상품 복잡·중복
이용자 편의 제고, 금융회사 부담 완화 등 고려
고금리·고물가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정책서민금융상품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논의에 착수한다.
저신용·저소득자들에 대한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정책서민금융의 상품 구성이 복잡하고 운용 재원 부담의 주체도 제각각이어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체계 개편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1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달부터 정책서민금융 정책을 넘어서 민간서민금융과 정책서민금융을 아울러서 어떻게 할지 전반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개편된 체계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서민금융상품은 11개다.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으로 △햇살론유스 △햇살론뱅크 △햇살론카드 △근로자햇살론이 있다. 고금리대안자금 상품으로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소액생계비대출이 있다. 창업·운영자금 상품으로 △미소금융 사업수행기관 창업·운영자금 △신용카드 영세가맹점주금리우대 특전 △민간사업수행기관 창업·운영자금 △전통시장 소액대출이 있다.
◆상품마다 운영 재원 제각각, 금융권 취급 꺼려 = 햇살론유스는 만19세 이상 34세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사회 초년생과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동일인 1인 최대 1200만원에 대해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제공하고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된다.
햇살론뱅크는 정책서민금융 성실상환자로 부채 또는 신용도가 개선된 저신용·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최대 2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햇살론뱅크는 은행권 출연금을 재원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연평균 금리는 약 8.9% 안팎이다.
햇살론카드는 연 가처분소득 600만원 이상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를 대상으로 카드 발급을 지원하고 카드 신규발급시 최대 200만원, 성실이용시 최대 300만원의 보증을 제공한다. 재원은 여전업권 출연금과 복권기금이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연체경험 등의 사유로 햇살론15 보증이 거절된 경우로 연소득 4500만원 이하, 개인신용평점 하위10%(KCB 675점, NICE 724점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동일인 최대 1000만원을 대출한도로, 적용금리는 연 15.9%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서고 저축은행들이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진흥원의 100% 보증이라고 해도 판매·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역마진이 발생하고 ‘평판 리스크’ 등을 우려해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출 취급에 소급적이다.
은행이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출시한 ‘새희망홀씨’의 경우 금융감독원이 취급 목표액과 실적을 취합해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이 주도하는 새희망홀씨는 지난해 6월 지원대상의 소득요건을 완화했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에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로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신규 취급된 새희망홀씨의 평균금리는 7.9%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3조3000억원이 공급됐고 올해는 전년 대비 1300억원 증가한 4조1000억원을 공급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은행권을 압박해 목표액을 설정하는 것으로 은행들은 목표액 이상으로 대출을 확대하지 않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재정투입 확대 고려, 세수부족 걸림돌 =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서민금융이 그동안 필요할 때마다 상품을 땜질식으로 급조하고 운영자금을 빌려오는 형태로 유지돼왔다”며 “복잡하고 중복되는 상품 구조를 개선해서 이용자의 편의를 확보하고,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정책서민금융의 필요 재원을 주로 금융권에서 조달했지만 재정을 직접 투입해야할 정책금융상품에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산당국은 세수 부족 등 여러 가지 여건상 재정 투입 확대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금융위는 소액생계비 대출과 관련해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예산을 투입해 직접 대출에 나서는 것에 대해 기재부는 부정적이고, 보증을 통한 지원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소액생계비 대출의 운영 재원은 금융회사의 기부금이어서 재원 충당의 지속성이 확보돼 있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는 연체율이 높은 소액생계비 대출과 같은 상품에는 재정 투입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용자 생각하면 정책금융의 한도를 늘리고 이자를 깎아주고 해야 하겠지만 정책금융도 결국은 빚이라서 대출이용자의 상환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와 대출자들의 안정적인 소득 확보와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28일 ‘서민·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를 구성해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정책금융체계 개편 과제도 TF에서 논의하는 주요 과제에 포함돼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