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최고위원 경선도 ‘시동’…한동훈 포위냐 사수냐
박용찬 이상규 등 원외인사 출마 잇따라
‘한동훈 대세론’ 견제할 친윤 후보군 관심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면서 당대표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최고위원 경선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세가 강해지자 기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가 대표보다는 최고위원에 대한 관심을 더 갖는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관심에 불이 붙었다. 선출직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하면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국민의힘 지배구조 상 당대표와 최고위원 간에는 미묘한 견제구도가 성립하게 된다. 만약 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에 출마해 선출되더라도 최고위원들의 성향이 ‘친한’이냐 아니냐에 따라 지도부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17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다음 달 23일 전당대회 개최를 확정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은 24~25일 진행되고 권역별 합동토론회가 5차례 열린다. 당원 투표 80%, 국민 여론조사 결과 20%를 합산해 지도부를 선출하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달 28일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같은 날 최고위원 출마 선언도 잇따랐다.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잇따른 총선에서 나타난 수도권 참패는 정치의 기본인 현장의 중요성을 망각한 결과”라면서 “잃어버린 기본을 재건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민심의 발원지인 현장을 조직화해야 하며 당원과 혼연일체가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경력을 가진 현장전문가인 원외 당협위원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도 최고위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 글에서 “당을 재정비하고 당을 원팀으로 만들어 민주당을 이기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면서 “최고위원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내부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는 이 현실이 참을 수가 없다. 당권만을 위해 다음 권력이 되기 위한 싸움만 하려고 한다”고 당 내부 권력투쟁 양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원내 인사들 중에서도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이 돌기 시작했다. 친윤계에서는 유상범 김정재 김민전 조지연 의원 등이, 친한계에서는 김형동 장동혁 한지아 김예지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유상범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에 대해 1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까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각종 당직을 맡는 등 친윤계과 가깝다는 점에서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진급에선 이상민 전 의원도 “출마를 고민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고위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국민의힘 당헌당규 때문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붕괴되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되는 만큼 당 대표 입장에선 얼마나 자신에게 우호적인 최고위원들이 많이 지도부에 들어오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중립적인 성향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윤리위 징계 문제도 있었지만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쫓겨난 측면도 있지 않느냐”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성향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고르기보다는 국민 여론을 업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MBN인터뷰에서 “별로 그런 데 신경 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본다”면서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당내에서 이제 한동훈밖에 없구나라는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