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윤 대통령 “남성 육아휴직률 50%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종합대책 발표
‘신혼 특공’ 이력 있어도 출산하면 한번 더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저출생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점에서 범국가적인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9일 경기 성남 HD현대 R&D연구센터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초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위기, 대한민국의 존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17면
윤 대통령은 특히 “그동안의 저출생 정책을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해외 성공·실패 사례를 철저하게 조사했다”며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를 3대 핵심 분야로 제시했다.
실제 그동안 정부가 펴온 저출생 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간 저출생 대응에 약 380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를 매번 경신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도 지난 17일 사전브리핑에서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대응을 지속해 왔지만 저출생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고 기존 정부 대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3대 핵심 분야 중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현재 6.8%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임기 내에 50%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현재 70% 수준인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고, 특히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현행 월 150만원에서 첫 3개월은 월 250만원으로 대폭 올리는 등 휴직 초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외에 아빠의 출산 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자녀 나이 8세까지 가능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12세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2주씩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육아휴직 대체 인력을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월 12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국가가 기업의 부담을 나누겠다는 점도 밝혔다.
양육 분야에서는 부모의 부담을 덜고,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public care·국가 돌봄)’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뒀다. 현 정부 임기 내에 0세부터 11세까지 양육에 관한 국가 책임주의를 완성하고, 특히 3세부터 5세까지의 무상 교육 돌봄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2026년부터 모든 학년이 늘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무상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 분야인 주거와 관련해선 출산가구에 대한 특별공급기회 확대를 제시했다. 신혼부부 특공을 받았더라도 아이를 낳으면 한번 더 청약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출산 가구에 대한 공급 물량도 기존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공공분양에서는 일반 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올해 안에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1만4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택지도 조성한다.
그 외에 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부부 합산 연 소득 기준을 현 1억 3000만원 이하에서 올 3분기 2억원 이하로 늘리고 내년부터는 2억 5000만원 이하로 추가 완화할 계획이다. 완화된 기준은 내년 이후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에 한해 적용되며 3년간 한시 시행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