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승마까지…농촌형 워케이션에서 안되는게 없다
경북 영천 한의마을에서 기업·기관 담당자 체험 행사
단순 휴식형보다 체험 기회 다양하게 제공
13일 오후 기온이 34도를 넘어간 경북 영천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과 식품 관련 기업 담당자들이 모였다. 기업·기관별로 인사와 홍보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1박2일간 워케이션을 체험하고 돌아가 회사별로 워케이션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팸투어 행사다. 워케이션은 ‘일’(워크)과 ‘휴식’(베케이션)이 결합된 근로형태로 최근 기업들이 유연근무와 포상휴가 등의 방식으로 도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호텔이나 휴양지에 틀어박히는 워케이션보다 농촌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농촌형 워케이션’ 6개 지구를 선정, 7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그중 영천은 승마를 주제로 한 시범단지다.
한옥으로 조성된 영천 한의마을에는 숙소와 사무실이 근거리에 배치돼있다. 한옥 숙소에서 나와 근무 사무공간까지 걸어서 30초 거리다. 사무실에는 노트북이나 개인 전자기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모니터가 10여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근무시간에 업무를 본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은 유연근무 등을 통해 하루 2~3시간씩 자투리 시간을 모아 이틀간 승마를 배운다. 영천은 승마의 고장이라 불릴 정도로 승마 시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날 한의마을에서 워케이션의 기본 절차를 숙지한 참가자들은 영천 승마센터로 이동해 안전수칙과 승마시설을 둘러봤다. 참가자들은 기수가 이끄는 말을 타고 기본 승마체험을 하기도 했다. 실제 워케이션이 시작되면 스스로 말을 올라타서 혼자 승마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우게 된다. 김진현 영천시 부시장은 “승마만큼은 영천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체험시설을 조성했다”며 “승마체험이 근로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케이션 참가자는 승마를 3회 체험하고 하루는 골프를 칠 수 있다. 영천에 자리잡은 회원제 골프장 오션힐스에서 오전 라운딩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워케이션 기간 중 와인터널을 방문해 와인을 시음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영천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기본 4박5일로 진행된다. 대부분 월요일에 와서 금요일까지 근무하고 가는 형식이다. 참가비는 1인당 39만9000원으로 숙박과 근무시설 이용료, 식대, 체험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승마 이틀 비용과 골프 1회 라운딩(그린피 카트비 캐디비용 포함), 와인 시음 비용을 계산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농식품부가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
농촌형 워케이션을 선택하려면 기업과 기관별로 유연근무나 포상휴가 등의 개념을 접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 워케이션은 호텔 등에서 근무시간에 맞춰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방식이지만, 농촌형 워케이션은 근무시간 일부를 체험 프로그램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워케이션 도입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참석한 최대영 대상홀딩스 팀장은 “기업들은 일과 휴식이라는 워케이션 사업에서 ‘일’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며 “근무시간 이외에 휴식시간을 추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포상휴가 개념의 워케이션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상그룹은 워케이션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근무시간에는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대연 크라운해태홀딩스 사원은 “다른 워케이션 지역을 가보지 않았지만 승마와 골프를 체험한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회사 차원에서 전격 도입하려면 많은 인사제도 개편이 필요해보이지만 주변 직원들에게 소개할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워케이션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인사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상원 한국농어촌공사 차장은 “대부분 공공기관은 워케이션에 참가하기 위해 출장 처리를 해야 하는데 승마나 골프를 위해서는 별도의 휴가시간을 내야 하지만 출장 중 휴가 사용이 금지돼 있다”며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는 ‘농촌형 워케이션’ 시범 사업을 위해 기업기관 담당자 팸투어를 2회 마련했다. 13~14일 진행된 영천 워케이션과 27~28일에는 강원도 강릉 해양레저형 워케이션 팸투어가 진행된다.
이영은 농식품부 농촌경제과 사무관은 “농촌형 워케이션을 통해 농촌 관계인구가 늘어나고 소멸해가는 농촌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이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천 =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공동기획 한국농어촌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