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뒷전’ 비판에…여, 17개 당론 법안 무더기 발의
보이콧 장기화에 비판 여론 의식
용산발 감세 드라이브에 힘 싣기
기업 증여세 감세도 확대 방침
국회 보이콧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당론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는가 하면 용산발 감세론에도 힘을 실으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원구성 협상 교착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의 상임위 불출석이 길어지자 “민생을 뒷전으로 한다”는 비판 여론이 올라오는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커 보인다.
2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17개 당론 법안 발의를 완료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 달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 ‘민생공감 531 법안’으로 명명한 법안 중 일부다. 당시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응, 민생 살리기, 미래산업 육성, 지역균형 발전, 의료개혁 등 5대 분야의 31개 법안을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인 20일에는 저출생 대응 분야 법안이 집중 발의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표한 저출산 대응책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이다. 국민의힘 소속 108명 전원이 발의에 참여한 저출산 대응 패키지 4개 법안은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 아이돌봄 지원법 등이다.
의정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의료개혁 법안 2건(간호사법 제정안,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20일 발의됐다. 특히 간호사법 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간호법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페기된 후 여당 차원에서 새롭게 발의한 법안이다.
같은 날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이 먼저 시동을 걸고 나선 감세 드라이브에도 나란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함께 연 ‘상속세 및 증여세의 합리적인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증여세 면제를 확대를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토론회 후 브리핑에서 공익법인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순수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면세)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재 공익법인이 기업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을 출연받으면 전체 주식의 10%까지 증여세가 면제되는데 이 한도를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대통령실의 성태윤 정책실장이 상속세 최고세율 30% 수준 인하, 종부세 사실상 폐지 등 파격적인 감세 정책을 거론한 데 이어 여당도 감세 드라이브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문제는 당론 법안은 물론 감세 정책 등을 현실화하려면 여당의 국회 참여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년씩 맡자는 제안을 던졌지만 민주당이 사실상 거부한 후 원구성 협상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여당으로서 원구성 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제안을 여러 차례 했다는 점을 강변하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민심이 반쪽 국회를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입법청문회, 국정조사, 특검법 등을 빠르게 추진하는 가운데 여전히 비어있는 국민의힘 자리가 부각된다면 여당으로서 부담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