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전 당권 레이스…당정관계·특검법 놓고 입장차
나경원 “동행” 윤상현 원희룡 “신뢰” 한동훈 “수평”
“자체 채 상병 특검법” 제시한 한 후보 일제히 견제
여당 당권주자들의 4파전 레이스가 시작됐다. 총선 참패 후 당 혁신과 보수 재건이 걸려 있는 중대 이벤트인 만큼 주자들도 선명한 메시지를 내걸며 표심 구애에 나섰다. 특히 당내에서 가장 예민한 사항으로 꼽히는 당정관계와 특검법에 대해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이들 두 주제는 전당대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첫번째 키워드인 당정관계에 대해 각 후보들은 출마선언문에서 4인 4색의 메시지를 내놨다.
나경원 후보는 “당정동행”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건 없이 힘과 마음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겠다. 부족함과 실수가 있다면 과감이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신뢰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대통령과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시중의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면서 “민심이 당심되고 당심이 유심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원 후보도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강조했다. 원 후보는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면서 “레드팀이 취합한 생생한 민심을 제가 직접 대통령께 전달하겠다. 그 결과를 국민들께 직접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는 ‘수평적인 당정관계’를 제시했다. 한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년에 대해 “당이 정부의 정책방향 혹은 정무적인 결정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이나 수정제안을 해야 할 때 그럴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들이 반복됐다”면서 “국민들과 당원들이 실망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더욱 선명하게 갈렸다. 한 후보가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여당 자체 특검법’을 제시하면서 전선이 명확해졌다.
한 후보는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의구심을 갖고 계시고 그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면서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특검법안은 정략적인 측면이 강해 받아들일 수 없지만 자체 특검법으로 국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특히 채 상병의 죽음과 관련해 “집권여당과 정부가 크게 반성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채 상병처럼 군에 가족을 보낸 장병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채 상병) 이전과 이후가 나뉘어질 수 있도록 재발방지책과 처우개선책이 집중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공수처 수사 후 채 상병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거의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는 타 후보들은 일제히 한 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나 후보는 “민주당 특검은 진실규명용이 아니라 정권붕괴용”이라면서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후보들 모두 대동소이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후보는 “특검을 도입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고 원 후보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