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세시장 불안, 전세유목민 이중고

2024-06-24 13:00:02 게재

전세사기 불안에 “차라리 수도권 집 산다”

하반기 서울 계약갱신청구 만료 2만2천건

서울 전셋값보다 경기도 아파트가격 저렴

서울아파트 전셋값이 54주 연속 올랐다. 전세사기 공포로 빌라나 다세대를 벗어나려는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전세보증금까지 대폭 올려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7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물량이 쏟아지면 하반기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시행돼 2년 전 한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전세 물량이 7월부터 쏟아져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전세물량은 집주인들이 5%로 묶여있던 전세 보증금 인상률 제한을 받지 않아도 된다. 집주인들은 그동안 눌려 있던 전셋값을 한번에 올려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에 2년 전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4781건의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말까지 계산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전·월세 계약이 약 2만2000건 가량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물량까지 더해지면 서울지역 전세가격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세사기 여파로 서울의 빌라 거래 비중이 감소 중인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에 다세대주택 전세·월세 등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서울 전세보다 경기도 아파트 구입 = 올해초 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전세수요가 줄어들고 매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앞섰다.

하지만 서울지역 전세시장은 오히려 과열됐다. 전세사기에 따른 불안심리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가 전세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4% 상승했다. 지난주(0.03%)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특히 서울의 전셋값은 0.17% 뛰어 지난해 11월 셋째 주(0.17%) 이후 약 30주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5월 61.8%로 지난해 8월(59.3%) 이후 9개월 연속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은 수도권 아파트 매매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6억477만원(KB부동산 집계)으로 경기도 아파트 매매 평균시세(5억4538만원)보다 높아졌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아파트 세입자들이 아예 경기도 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몰려들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아파트 거래 건수를 보면 경기도는 1만9507건인데 서울지역은 4840건에 그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사기 여파에 아파트와 빌라 등의 비아파트 유형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전세 세입자의 아파트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비아파트 전세 불안하다, 월세가 오히려 안전 = ‘전세포비아’(전세공포) 현상에 오피스텔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통상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세입자들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오피스텔이나 빌라, 다세대로 이동했다. 때문에 아파트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빌라나 다세대 거래 물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올해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은 수도권 아파트 매매나 오피스텔 월세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1~5월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 거래 10만5978건을 분석한 결과, 월세 거래량이 전체의 66%(6만9626건)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2%에서 4%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5월 기준 40㎡ 이하 오피스텔의 전월세 전환율이 6.21%로 평균을 웃돌아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40㎡ 초과 60㎡ 이하 오피스텔은 5.69%, 60㎡ 초과 85㎡ 이하는 5.63%, 85㎡ 초과는 5.17%였다.

전세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 만료에 따른 전셋값 상승과 전세사기 불안을 피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사비 인상과 분양가 상승 등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착공이 10년 평균치의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공급 부족으로 올해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이 2% 이상 상승하고 결국 2025년이나 2026년에는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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