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전체가 아이들 보호하는 ‘울타리’
금천구 아동·청소년 기관과 손잡고
청소년들에 집·학교 밖 피난처 안내
“건강 문제로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웠어요. 아예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로 하고 어디를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찾아 봤죠. 활동계획서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습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사는 최 모(19)씨는 그렇게 학교를 떠났고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 둥지를 틀었다. 학교 밖에 있지만 올해 말 정시모집에 응시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은 예정대로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매일 등교하는 대신 꿈드림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구에서 주최한 진로진학박람회에서 진행요원을 하는 등 일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진로진학 상담이나 직업체험 등 여러 기회가 주어져 좋다”며 “내년에는 대학생이 돼 후배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26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개인 혹은 가정환경 등 영향으로 잠시 학교를 떠나있는 청소년들을 지역사회 내에서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교육 환경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상담 학습 건강 직업 진로 등 종합적인 지원을 강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유성훈 구청장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공약한 내용이다.
금천구는 재적 학생 수 대비 학업을 중단하는 청소년 비율이 높은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재학생 1만5893명 가운데 79명으로 학업중단율이 0.5%에 달한다. 구는 특히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공공·민간 기관과 손잡고 아이들 유형별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들이 잠시 학교나 집을 떠나 있더라도 지역사회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선이다. 지난 14일 9개 기관이 시흥2동주민센터 광장에 모인 이유다. ‘나를 지키고 너를 보호하는 우리 동네 청소년 울타리’ 홍보전이다. 꿈드림을 중심으로 구와 경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일시청소년쉼터 금천여자단기청소년쉼터 교육복지센터 등 9개 기관이 뭉친 ‘금천구 학교 밖 청소년 네트워크’가 판을 펼쳤다. 각 기관은 청소년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전달하기 위해서다. 김미정 금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학교 밖 청소년은 가정 내 물질적 정서적 지원이 열악해 은둔·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골목마다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만났는데 거부감이 커서 청소년을 위한 기관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알리는 일부터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도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꿈드림을 알리기 위해 동참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응원하는 쿠키를 만들며 꿈드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방식을 택했다. 꿈드림에서 대학에 진학한 청년들도 방문해 후배들을 만났다. 위기 청소년 지원 전화 퀴즈부터 폐활량 검사, 경찰제복 입어보기, 간식과 쉼터가 구비된 이동 차량 등 기관마다 다양한 체험을 준비해 아이들을 맞았다. 김은주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소장은 “청소년 관련 기관들이 사례를 공유하고 단기쉼터를 다방면으로 지원하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울타리 행사에 이어 하반기에는 아이들이 직접 자신과 또래를 위해 준비한 축제를 열고 학교나 검정고시 시험장 인근으로 찾아가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만날 계획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위기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청소년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