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사령탑 공백에 상임위 배정 잡음에…속내 복잡한 여당
국회 복귀 첫째날 이어 둘째날도 여야 신경전
야당 단독 청문회 등 끌려가는 모양새에 부담
7개 상임위원장직을 전격 수용하며 국회 일정 참여를 시작한 여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거대 야당의 속도전이 여전한 가운데 전략적인 대처가 필요하지만 내부적으론 원내사령탑 공백, 상임위 배정 잡음 등이 이어지면서 상승한 ‘전투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평이 나온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선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가,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선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추진 과정, 의사들의 집단 휴진, 필수·지역공공 의료 등의 공백 등이 주요 의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기일 1차관, 박민수 2차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등 정부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노란봉투법 입법공청회는 해당 법에 대한 노사간의 간극이 큰 만큼 양측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관계자들이 대거 진술인으로 참석한다. 노동계에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측에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총출동했다.
문제는 청문회든 공청회든 여당의 국회 복귀 전 야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이어서 여당 의원들이 순순히 참여하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에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청문회도 여야 간 충돌 끝에 결국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이 야당 단독으로 잡은 일정임을 지적하면서 청문회 일정 재조정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영진 국토위 여당 간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당에게는 현안에 관한 자료를 들여다볼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야당만 모여서 진행하는 청문회로는 제대로 된 피해 구제방안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의힘 국토위원들은 도무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의사일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외 같은 날 열린 법제사법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도 간사 선임과 일정 재조정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다 여당 의원들이 집단퇴장하거나 신경전을 이어갔다.
여당이 국회 일정 참여를 시작한 둘째날인 26일도 비슷한 양상으로 갈 뻔하다 여당 의원들이 일단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환노위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환노위에서 예정된 입법공청회 역시 전날 국토위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야당이 단독으로 모든 것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정이라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한 걸로 안다”면서도 “회의를 진행하면서 문제제기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위도 비슷한 상황이다. 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은 “여당 간사 내정자가 있기는 하지만 정식으로 선임되지 않은 상황이라 회의 일정 자체도 원활하게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를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여당이 국회에 복귀를 한 듯 안 한 듯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 비판이 높아지자 상임위 회의를 진행하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단독으로 정한 일정을 재조정해달라는 요청을 드렸지만 거부됐다”면서 “나중에라도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같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놓고 복잡한 속내를 내보였다. 백기투항한 듯한 모습에 지지자들의 항의는 높아져가는데 그렇다고 민생을 아예 안 챙기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여기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고 백령도로 떠나가며 원내사령탑이 공백상태라는 점,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조정과정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점도 여당의 국회 전략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상임위 배정이 벌써 두 차례 바뀌었다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위 배정 문제는 매번 원구성 때마다 의원들 간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안다”면서도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계속 바뀌니까 같이 논의하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 전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