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온다…농산물값 급등은 막을 수 없는 재앙
여름철 수급 불안에 배추 역대최고 비축, 양상추 도매가 100% 이상 인상
계절별 요인과 기후변화가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장마가 시작된 후 폭염이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정부는 가격이 오르거나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별로 가격잡기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사과(후지) 10㎏ 도매가격은 12만3342원으로 전월대비 61.7%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로는 120.3%, 평년 대비로는 228.2%의 가격대를 보였다. 배(신고) 15㎏의 가격은 16만4781원으로 전월대비 27.6% 뛰었다. 전년대비 216.7% 가격이 상승, 평년대비로는 169.4% 높은 수준의 가격으로 거래됐다.
사과와 배는 지난해 생산량이 30% 가량 감소한데다 수확기까지 공급량이 감소할 수 있어 여름 이후까지 가격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예상이다.
양상추와 상추 도매가도 1주일 동안 각각 138.6%, 59.6% 올랐다. 상추류는 고온에 취약한 특성이 있다. 6월 둘째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이 본격화하자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량이 다수 출하됐다.
채소류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24일 기준 시금치(4㎏) 가격은 2만4736원으로 전월대비 86.3% 올랐다. 평년대비로는 30.7%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근(1㎏) 가격은 3592원으로 전월대비 17.6%, 전년대비 70.8% 올랐다. 청상추(4㎏)는 2만8714원으로 전월대비 181.4%, 전년 및 평년 대비로는 각각 11.5%, 10.2% 가격이 올랐다.
대파(1㎏)는 2476원으로 전월대비 50.0% 가격이 올랐다. 배추 1포기는 상등급부터 하등급까지 전월대비 각각 6.4~13.2%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배추 수급 불안에 대비해 봄배추 1만톤을 비축하고 여름 배추 계약 재배 물량을 1만3000톤으로 확대한다. 송미령 농심품부 장관은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봄배추 비축 물량 1만톤과 계약재배 물량 1만3000톤을 합친 2만3000톤은 역대 최고 비축량”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여름철 기상 재해에 대비해 배추 예비묘 200만주를 준비하기로 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여름배추 재배 면적은 평년보다 5%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량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배추는 폭염으로 여름철에 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에는 폭염으로 배추 출하량이 크게 줄어 한달 만에 도매가격이 2.5배까지 올랐다.
정부의 물가잡기 총력에도 올해 폭염지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업계는 생산량 저하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은 작물 생산과 품질 저하, 병해충 확산, 토양 환경 변화, 수자원 불균형 확대, 재해로 인한 재배시설 붕괴 등을 초래한다. 특히 사과와 배 같은 과일류의 생산성에 피해를 입혀 가격 폭등을 일으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기상재해별 대응계획을 추진하면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기상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과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 등을 본격화한다.
이와 함께 외식물가 잡기에도 나섰다. 한 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점검 회의’에 참석해 “외식은 제품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특성상 식재료비 외에 인건비·임차료 등 다양한 요소의 가격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로 소상공인 비중이 높아 외부 충격 흡수 여력이 부족하다”며 “식재료·인력·배달애플리케이션 등 업계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 기록한 가운데 국제 식품 원자재 수급 상황과 가공식품·외식 물가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편 정부의 물가잡기는 기후변화에 따른 가격인상 요인을 농업에만 전가하면서 수입을 확대하려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정권의 수입의존 물가정책과 공공요금 인상 시도에 힘을 실어주고자 결론을 정해놓고 작성된 보고서라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농민의길은 한국은행의 물가분석에 대해 농산물 수입개방도와 유통비용률 통계를 유리한 대로 해석한 신뢰성 의혹, 공공요금 인상과 농산물 가격 인하 방법으로 시장경제를 제시한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며 “이러니 한은이 물가를 못 잡는다”고 비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